中 OEM업체가 美공급업체 꿀꺽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7분


중국기업들 ‘바이 아메리카’ 붐… 알짜 中企 정상가 20∼30%에 눈독

‘보디 앤드 어스’ ‘그린 캐니언 스파’ 사들여

올들어 해외기업 28개 100억대 규모 매입

“중국에서 ‘바이 아메리카’ 붐이 일고 있다.”

중국 경제 일간 메이르징지(每日經濟)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를 가진 미국 중소기업들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기회를 이용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워싱턴의 한 기업 파산 전문 법률회사 관계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금융비용이 급상승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미국 중소기업들이 자산 가치를 대폭 낮춘 가격에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 명품 브랜드-판매망 인수

중국 푸젠(福建) 성의 화장품 방충제 및 생활용품 생산업체인 솽페이르화(雙飛日化) 유한공사는 미국 목욕용품 명품 브랜드 업체인 ‘보디 앤드 어스(Body & Earth)’와 ‘그린 캐니언 스파(Green Canyon Spa)’를 최근 매입했다. 두 브랜드의 매출액은 매년 1000만 달러가 넘는다.

매입 가격은 800만 달러. 업계에선 이 같은 가격은 이전에 비해 최소 50% 이상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는 이 가격으로 브랜드 사용권 외에 소매 판매망까지 넘겨받기로 했다.

솽페이르화는 2005년 ‘보디 앤드 어스’로부터 제품 개발 계약을 따내고 관련 제품을 생산해 공급해 온 업체였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공급업체를 사들이게 된 것이다.

중국 상무부의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해 미국 기업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이나 정부에서 외국 기업에 의한 기업 합병을 배척하는 심리가 낮아진 것도 중국 기업의 ‘미국 사들이기’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올해 초에도 원래의 30∼50%에 나온 매물이 많았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후에는 매물로 나온 기업의 가격이 원래의 20∼30%까지 내려왔다.

○ 가구 방직업이 대표적인 타깃

주택경기 침체로 미국의 가구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미국 내 가구업체의 30%가량이 파산 신청을 냈거나 이미 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산둥(山東) 성의 가구업체 룬싱(潤興)은 자산 규모 275만 달러의 미국 가구업체를 75만 달러에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부족한 것은 브랜드, 성숙한 판매망 등인데 도산에 직면한 미국 기업들은 이런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방직업체들은 미국 방직회사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 ‘차이나 벤처(投中集團)’에 따르면 올해 중국 업체의 해외 기업 인수 건수는 9월까지 28건에 1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중국 기업의 잇단 미 기업 인수는 20여 년 전 일본 기업들이 미국 부동산과 기업을 대거 사들일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에 앞서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가 지난해 12월 모건스탠리 지분 9.9%를 50억 달러에 사들이는 등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 금융회사에 대한 중국 자본의 지분 확대는 본격화된 지 오래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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