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위기대응팀 구성 ‘비상경영’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최악상황’ 대비 전담반 만들어 시장 정밀 체크

대외행사 줄이고 물자 절약… 임원 임금 동결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현재 세계적인 신용경색 여파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미리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각 은행은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KB금융지주는 9일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다고 공식 선언했다.

11월 3일 각계 주요 인사를 초청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던 출범 기념 리셉션 행사를 전격 취소한 데 이어 KB금융지주 임원 임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황영기 회장은 이날 전 계열사 사장단에 서한을 보내 “수익성 하락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경영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수익과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KB금융지주는 투자계획 시기를 조정하거나 재검토하고, 급하지 않은 비용과 행사경비 집행은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미 지난달부터 주요 계열사 리스크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위기대응 전담반을 만들어 매주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이팔성 회장 주재로 둘째, 넷째 주 월요일에 계열사 최고경영진 전원이 참석해 유동성 현황 등에 대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이순우 수석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자금시장본부,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등 10여 명의 부행장이 참여하는 ‘유동성관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신한금융지주도 신한은행을 주축으로 한 위기대응 전담반을 만들어 금융위기 장기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이달 1일 월례 조회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지주도 7월 말 실적 발표회에서 김승유 회장이 “그룹과 은행에 비상을 걸겠다”고 말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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