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도 농약·축산항생제의 ‘천국’

  • 입력 2008년 10월 9일 17시 19분


세계 최악의 수준인 국내 농약 및 축산물 항생제 남용 실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9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당 농약 사용량은 13.1㎏으로 2006년의 12.9㎏보다 오히려 0.2㎏ 늘었다.

친환경·유기 농산물을 찾는 사람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국내 농약 사용량은 △2001년 12.4㎏ △2002년 12.8㎏ △2003년 12.7㎏ △2004년 13.0㎏ △2005년 12.8㎏ △2006년 12.9㎏ △2007년 13.1㎏ 등으로 줄기는커녕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평균(1990~2003년) 농약 사용량과 비교하면, 2001~2007년 12.4~13.1㎏ 수준인 우리나라 사용량은 2위 네덜란드(8.00㎏)와 큰 격차를 두고 29개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이는 공동 27위인 노르웨이 캐나다 핀란드(0.60㎏)의 20배를 넘는 양이다.

지난해 기준 13.1㎏에서 친환경농자재로 분류될 수 있는 기계유제(기계에 사용된 윤활유 등을 활용한 농약), 생물농약 등을 빼도 우리나라 사용량은 네덜란드보다 거의 3㎏이나 많은 10.8㎏에 이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의 차이가 너무 커 FAO 통계에 오류가 없는지 다시 검토하는 중"이라며 "그러나 우리 농가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유기물이 부족한 땅인데다, 연작(이어짓기)과 집약 생산 농법 등의 생산 여건 때문에 농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하우스와 온실 등 시설에서의 채소·화훼류·과수 재배가 늘고 인건비 상승으로 잡초를 없애는데 제초제를 주로 사용함에 따라 정책 지원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도용(벼농사용) 농약은 1년사이 4.7㎏에서 4.5㎏으로 다소 감소한데 반해 원예용 및 제초제는 8.2㎏에서 8.6㎏으로 늘었다.

축산물 항생제 사용량도 주요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월등히 많았다.

국내의 육류 t당 항생제 사용량은 2006년 기준 0.75㎏으로, 호주(0.02㎏)의 37배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나 노르웨이, 스웨덴은 0.03~0.05㎏ 정도로 미미하고, 미국조차 0.29㎏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막기 위해 우선 내년부터 배합사료에 섞을 수 있는 항생제 종류를 현재 25개에서 18개로 줄이고, 더 나아가 2012년경 배합사료첨가 항생제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인터넷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