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바뀌고 모집단 틀려… 못믿을 국가통계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1분


작년 180개 통계서 오류 815건

지난해 대한건설협회는 ‘2006년 건설업체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평균 8.1% 늘었다’는 경영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건설경기가 둔화됐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통계가 나온 것은 건설협회가 1만3000여 개 업체 중 재무제표를 제출한 1만1000여 개 업체의 수치만으로 통계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매출실적이 나쁜 기업은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실적이 실제보다 좋게 집계됐다는 것이 통계청의 지적이다.

통계청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승인통계 중 이처럼 모집단 선정이 잘못됐거나 오류가 있는 통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해 57개 기관이 작성한 국가승인통계 180개의 품질을 진단해 815건의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냈다. 통계 1개에 4.5건의 지적사항이 나온 셈.

○ 한 통계에서 15개 오류 발견

상당수 통계에서는 오류가 발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의 인적자원개발 지표에서는 15개의 숫자 오류가 발견됐다. 직능개발원은 “단순한 실수도 있고 확정치가 나왔는데도 잠정치를 바꾸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산림청의 임업경영실태조사에서는 나무 이름을 잘못 표기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보험통계 건설업통계 등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모집단 선정이 잘못된 통계도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는 대상을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가구와 그 구성원으로 했다가 ‘가구주’를 기준으로 하도록 한 통계청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직능개발원의 인적자본기업패널조사는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해 소규모 기업도 많은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계청에서 만드는 통계에서도 개선할 점이 발견됐다. 소비자물가조사는 표본추출 산식과 표본오차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 지적됐다.

○ 자격 미달 통계도 7개

여성부의 남녀차별 및 성희롱 통계는 공공기관 종사자 2000여 명만을 조사한 것으로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포함한 통계 7개는 자격이 부족해 국가통계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사대상 통계 중 79개는 조사인력이 부족하거나 담당 직원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통계담당 직원 수는 노동부 농림부 통계청을 제외하면 기관당 평균 1.4명에 불과했다.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만들어 내용이 중복되는 통계도 적지 않았다. 통계청은 중소기업 관련 통계 6개를 1개로 통합하는 등 19개의 중복 통계를 7개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