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펀드들 ‘돈 찾아 삼만리’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수입 렌터카… 의류 이월상품… 고철 무역… 고춧가루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A씨는 요즘 수입 렌터카업체, 프랜차이즈 본사, 유명 학원 등 다양한 업체로부터 “투자해 달라”는 요청을 한 달에 한두 건씩 받는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펀드를 만들어 사업비, 직영점 운영자금을 지원해주면 사업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를 돌려주는 조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종류의 문의는 거의 없었다.

A 씨는 “요즘 외제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수입 렌터카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며 “수입 렌터카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물(實物)이나 주식이 아닌 특정한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특별자산펀드’라 부른다.

특별자산펀드는 2004년 한국에 첫선을 보였지만 부동산 건설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돈 되는 모든 것에 투자한다

2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국내에 설정된 특별자산펀드의 규모는 1조49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478억 원)보다 약 30% 늘었다.

흥국투신운용이 2월 선보인 ‘흥국 아울렛 사모특별자산펀드’는 철 지난 이월상품을 사들여 아웃렛 등에 다시 판매하는 의류 유통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다.

흥국투신운용 측은 “이 펀드가 투자하는 의류 유통업체는 옷을 대량으로 싸게 사들여 유통마진을 낸다”면서 “수익률은 연 10%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투신운용은 지난달 해외 유명 신발과 의류를 병행수입하는 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곧 중개무역펀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교보투신운용과 국내 무역업체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해외로부터 물건을 사들인 뒤 이를 다른 해외업체에 판매하는 형식이다.

교보투신운용 대체투자(AI)팀의 배준학 팀장은 “이처럼 ‘3국 간 거래’를 지원하는 펀드는 한국에서 이 상품이 유일하다”며 “주요 거래상품은 액정표시장치(LCD), 고철, 석유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춧가루 가공업체, 장뇌삼을 재배하는 영농법인, 중고 비행기 대여업체, 고철 수입업체 등 특별자산펀드의 투자 범위는 다양해지고 있다.

○ 유망 중소업체 지원하는 ‘자금줄’ 역할도

특별자산펀드는 대부분 사모(私募)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자도 개인보다는 기관투자가가 많다. 수익률은 상품에 따라 연간 ―80∼+400% 선으로 큰 차이가 있다.

특별자산펀드는 투자대상 사업체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금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일이 많다. 이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중 일부가 펀드의 수익이 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특별자산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을 위한 ‘자금줄’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배준학 팀장은 “중소업체 가운데 사업성은 있지만 은행 등을 통해 대출받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며 “이런 업체를 발굴해 지원하면 투자자는 안정적 수익을 얻고 업체는 사업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자산운용 특별자산투자팀의 윤기훈 팀장은 “과거에는 사업자와 금융자본을 연결하는 통로가 주식과 채권뿐이었지만 이제는 펀드가 이 기능을 하게 됐다”며 “유망 사업군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특별자산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정된 주요 특별자산펀드
운용사펀드투자 내용
교보투신운용교보인터내셔널브랜드사모특별자산 1해외 유명 브랜드 병행수입업체에 투자
대신투신운용대신사모경기한우특별자산K 2한우 사육 농가에 투자
대신사모특별자산 14∼17전시회, 뮤지컬 등에 투자
마이애셋자산운용마이사모심마니장뇌삼특별자산 1장뇌삼 재배업체에 투자
유리자산운용유리스카이블루사모특별자산 1중고 비행기를 사들여 항공사에 임대해 수익 올림
골든브릿지자산운용GB가공농산물사모특별자산 1고춧가루 가공업체에 투자
자료:각 운용사,한국펀드평가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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