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하면 안성탕면 아이가”…“호남에선 삼양이 최고여”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신라면 독주’ 영호남선 남의 얘기… 간장-국수-소주도 지역별 선호도 달라

농심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다. 하지만 신라면도 유독 영남지역에서는 맥을 못 춘다. 이 지역에서는 농심 안성탕면이 더 잘 팔린다. 호남에서는 삼양라면이 가장 많이 팔린다.

농심 홍보팀 윤성학 과장은 “안성탕면의 경우 된장을 기본으로 얼큰한 맛을 살린 반면 신라면은 고추의 맵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라며 “회도 된장에 찍어 먹는 영남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수십 년간 매출 1위를 지켜온 제품이라도 특정 지역만큼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롯데마트는 간장의 경우 지역별 매출 순위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 호남지역에서는 샘표간장을, 부산에서는 오복간장, 경남 마산 통영 남해 지역에서는 몽고간장을 가장 넓게 진열한다.

몽고간장은 경남 마산, 오복간장은 부산에 뿌리를 둔 장류 제조회사다. 진간장을 내세운 샘표가 전체 간장시장의 49.3%를 점유하고 있지만 영남지역에서는 몽고간장과 오복간장에 밀린다.

국내 고추장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해찬들(47.1%)과 대상 청정원(43.4%)도 지역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다. 순창고추장을 내세우는 대상 청정원은 전남지역에서, 충남 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삼원식품을 인수한 CJ제일제당 해찬들은 충남지역에서 1위다.

포장국수 시장에서 1등인 오뚜기도 부산에서는 이 지역 토박이 ‘구포국수’의 아성을 깰 수 없다. 구포국수는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구포국수 관계자는 “바닷바람과 낙동강 바람 등 습기가 많은 구포지역 특성상 다른 곳에서 만든 국수보다 쫄깃쫄깃한 맛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도주(自道酒·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 의무판매제도가 적용됐던 소주도 애향심을 유발하며 반사이익을 누리는 제품이다. 두산(강원지역)을 비롯해 충북소주(충북), 선양(충남), 금복주(경북), 무학(경남), 대선(부산), 하이트(전북), 보해(전남), 한라산(제주) 등이 있다.

롯데마트 정원헌 과장은 “경쟁제품이 특정 지역에서 애향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 경우 지역별로 선호하는 제품순위가 뒤바뀌기도 한다”며 “대형 마트들도 지역별 선호도에 따라 제품 진열에 차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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