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해외 M&A’ 왕성한 식욕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롯데제과, 세계 3대 초콜릿회사 ‘길리안’ 1700억원에 인수

“내수의존 줄이고 해외 판로 개척”… 동원 CJ 농심 속속 진출

‘세계로 눈 돌린다.’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이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 그동안 수출에 주력하던 식품업계는 최근 들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22일 일본롯데와 함께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길리안은 롯데 측에 자사 주식 100%를 1억500만 유로(약 1700억 원)에 넘겼다.

길리안은 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세 및 스위스 린트와 함께 세계 3대 초콜릿 회사로 꼽힌다. 길리안의 조개와 해마 모양의 초콜릿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문영태 롯데제과 차장은 “전 세계 면세점의 60%가 길리안의 초콜릿을 팔 정도로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회사”라며 “길리안의 유통망은 롯데 제품의 해외 판로 개척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미국에서 참치 캔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스타키스트를 이번 주 중에 3억 달러(약 3090억 원)에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의 모태(母胎)인 동원산업이 참치를 잡아 납품하던 회사다.

동원그룹은 참치 가공사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3월부터 스타키스트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그룹 관계자는 “참치 어선 한 척으로 시작한 회사가 30여 년 만에 세계 최대의 참치 캔 회사를 인수한다는 사실에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최근 메릴린치 박경모 상무를 그룹 재무전략팀장(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 국제금융팀 출신으로 메릴린치로 옮겨 줄곧 M&A 업무를 맡았다. 올해 초 대한통운 M&A를 비롯해 진로, 대한생명 등 굵직한 기업 매각 작업을 성사시켰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이 CJ투자증권 매각 자금의 상당 부분을 CJ제일제당의 인수합병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M&A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 최대 식품회사인 얼상(二商)그룹과 손잡고 중국 두부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농심도 네슬레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 M&A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M&A와 공격적인 해외 사업을 통해 2015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식품회사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판로도 쉽게 개척할 수 있어 해외 매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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