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값도 깎아줘”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옆단지 분양가 뚝뚝… 배아픈 목소리들

계약자 “비싼 분양가 증명된 셈… 어떤 형태든 보상받아야”

건설사 “만약 분양가 올랐다면 계약 끝낸 집값 올려줄건가”

《이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물산 빌딩 앞. 경기 용인시 ‘동천 래미안’ 계약자 7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분양가로 장난치는 삼성은 각성하라’…. 지난해 9월 분양받은 동천 래미안의 가격이 너무 높으니 깎아 주거나 단지 내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달라는 요구였다. 최근 용인지역에서 비교적 싼값에 분양하는 단지가 늘자 이 아파트 계약자들이 “너무 높은 값에 분양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분양경기 침체가 분양가 인하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업체 측은 “계약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 가격을 낮춰 달라는 건 곤란하다”는 견해이다. 반면 계약자들은 “분양가격이 과도했다는 게 인근 단지 분양가로 확인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싸게 샀으니 깎아다오”

동천 래미안은 109∼338m² 2393채 규모로 3.3m²(1평)당 1726만 원에 공급됐다. 지난해 9월 청약 때 109m²는 19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들어 용인지역 분양시장이 가라앉자 성복·신봉지구 등에서 3.3m²당 1550만 원대에 공급이 잇따랐다. 업체들은 당초 3.3m²당 분양가로 1700만 원 이상을 책정했으나 용인시의 요구와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대폭 낮췄다.

동천 래미안 입주 예정자 모임의 전문수 씨는 “3.3m²당 200만 원 가까이 비싸게 분양받았다”며 “바가지를 썼으니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공급된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신동아 파밀리에’는 대량 해약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 단지는 중형 임대아파트로 3.3m²당 임대보증금은 870만 원 선. 인근 ‘경남 아너스빌’의 분양가는 3.3m²당 900만 원 남짓이다.

일부 신동아 파밀리에 계약자들은 “어떻게 임대보증금이 인근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할 수 있느냐”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신동아건설은 759채 중 200여 채의 해약을 받은 뒤 해약물량을 다시 공급 중이다.

○“가격 인하 요구는 잘못”

전문가들은 분양가 인하 분쟁에 대해 대체로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만약 올해 들어 인근 분양가격이 올랐다면 계약자들이 분양가를 더 높여 줄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요자가 스스로 판단해 계약을 했다면 거래는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분쟁 중인 아파트들이 공급 당시 비교적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경쟁 속에 당첨된 사람들이 뒤늦게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면, 건설업체로서는 당첨되지 않은 청약자들과 계약할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순옥 실장은 “부동산 값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며 “계약자들이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법리적으로는 (가격 인하 요구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지역이라도 입지 여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분양가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분양 할인도 분쟁 요소

2006년 분양한 부산의 A아파트는 올해 들어 10% 남짓 할인한 값에 수요자를 찾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것. 이러자 제값을 주고 분양받은 기존 계약자들이 “우리에게도 할인 혜택을 주지 않으면 소송할 계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구에서 할인 분양 중인 B건설 관계자는 “한번 정한 분양가는 높일 수가 없는 반면, 내릴 때는 이미 판 물건 값까지 깎아 줘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후분양 제도를 통해 완제품을 팔아야 계약자의 분양가 분쟁이 사라질 수 있다”며 “그때까지 건설업체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계약자의 요구를 웬만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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