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 STX그룹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4분


‘강골’ 선장에 ‘한우물’ 항해사들… 초고속 질주

‘샐러리맨 신화’ 姜회장 과감한 M&A 통해 회사 키워

올해 매출 25조3000억 목표… 8년만에 외형 100배로

《자산 기준 재계순위 15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 창사 8년 만에 거둔 STX그룹의 성적표다. 2000년 쌍용중공업 경영권 인수에서 출발한 STX그룹은 첫해 매출액이 26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7조4000억 원으로 67배로 증가했다. 올해는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업체인 노르웨이 아커야즈의 인수에 힘입어 매출 25조3000억 원을 경영목표로 세웠다. 목표가 달성되면 STX그룹은 8년 만에 외형이 약 100배로 커지는 셈이다. 재계는 STX그룹의 성장세를 놀라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造船) 시황 호조로 잠시 ‘반짝’하는 기업 정도로 여겼지만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하며 계열사가 15개로 늘어나고, 외국 유명 조선소까지 인수하자 STX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STX팬오션은 올해 매출액에서 국내 해운업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STX조선은 아커야즈 인수를 통해 한국 조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다른 계열사들도 해외 자원 개발과 해외 건설 등의 신규 사업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사업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이 일정궤도에 올라선 뒤 보기 드문 STX그룹의 급성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 회장과 각 사업 부문을 책임진 경영진의 하모니가 빚어낸 결과다.

○‘샐러리맨 신화’ 이룬 총수와 6명의 부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1999년까지는 샐러리맨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에 넘어간 쌍용중공업의 임원이었던 그는 2000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자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 150만 주와 모든 사재(私財)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사들이면서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강 회장은 2001년 4월 회사 이름을 ‘System Technology eXcellence’의 약자인 STX로 바꾼 뒤 같은 해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했다. 조선 경기 호황과 강 회장의 효율경영이 맞물려 STX조선의 실적은 급반등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을 밑거름으로 2004년에는 당시 STX그룹보다 덩치가 컸던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의 인수에 성공했다. 그는 또 직접 설립한 STX중공업, STX엔진, STX엔파코, STX건설 등을 빠른 시간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현업 시절 기획, 재무, 영업, 인사, 전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강 회장은 남다른 감각과 판단력으로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한 뒤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신규 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에서 이런 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적중해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던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종철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STX와 STX팬오션 대표이사로 그룹의 해운 및 무역 부문을 총괄한다. 범양상선 출신인 이 부회장은 STX그룹에 합류한 지 3년여 만에 실질적인 2인자로 인정받을 만큼 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STX팬오션의 싱가포르 증시 상장, 액화천연가스(LNG) 운반 사업 진출 등 굵직한 경영 성과를 이뤄내며 회사를 국내 해운업계 1위를 넘보도록 성장시켰다.

장원갑 부회장은 STX조선이 도약하는 기틀을 잡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진해조선소를 세계 최고의 독 및 육상회전율을 달성한 조선소로 발전시켰고 올해부터는 플랜트 사업을 총괄하며 STX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이상옥 부회장은 재무통에서 자원 개발 전문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STX 대표이사 시절에는 M&A를 이끌어 왔으며 STX에너지로 자리를 옮겨서는 태양광 사업, 발전플랜트 수주, 해외 유전 개발 등의 성과를 거뒀다.

김대두 엔진기술부문총괄 부회장은 그룹 내 최고 엔진 전문가로 꼽힌다. 이인성 조선부문총괄 부회장은 33년 경력의 정통 ‘조선맨’으로 조선 부문의 글로벌화를 이끌어 가는 책임을 맡고 있다. 이명기 STX건설 부회장은 가장 오랜 기간 강덕수 회장을 보좌해 온 핵심 경영진으로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다.

○ 계열사 이끄는 주요 사장들

STX그룹은 역사가 짧은 만큼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던 전문가들이 새로운 터전에 모여 힘을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대유 STX팬오션 사장은 ‘무역맨’에서 ‘해운맨’으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달성하며 STX팬오션을 세계적 해운선사로 도약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정광석 STX조선 사장은 조선 분야 전문가다. STX조선을 단기간에 세계 5위의 조선사로 도약시킨 주역으로 기술력을 자랑하는 육상건조공법인 스키드 론칭 시스템(SLS) 개발을 주도했다.

사장단 중 유일한 어문계열 출신인 이강식 STX엔진 사장은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로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해 오고 있다. 2006년에는 금탑산업훈장도 받았다.

김강수 STX중공업 사장은 엄격함과 자상함을 두루 갖춘 ‘현장 밀착형 CEO’로 인정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한 김 사장은 플랜트 분야 등 각종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송우익 STX엔파코 사장은 전형적인 ‘기획관리통’으로 알려져 있다. 후덕한 인상만큼이나 항상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통해 직원들 스스로가 따르게 하는 ‘덕(德)’의 경영을 실천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홍경진 STX에너지 사장은 경영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범양상선 출신으로 올해 STX에너지를 맡아 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STX에너지 해외담당 사장으로 영입된 여혁종 사장은 홍 사장과 호흡을 맞춰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STX건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국현 사장은 3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자랑하는 그룹 내 대표 ‘건설통’으로 특히 해외 건설 분야에 정통하다. 취임 1년도 안 돼 대규모 해외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매출 90% 선박 수주 등 수출로 달성

‘글로벌 임원진’ 탄탄

STX그룹은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을 통해 달성하는 만큼 탄탄한 ‘글로벌 임원진’을 갖추고 있다.

조선영업 본부장을 맡은 배대관 ㈜STX 부사장은 지난해 STX조선의 ‘선박 수주 100억 달러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세계 주요 선사(船社)들과 맺어온 네트워크로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같은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기술 총괄인 정동학 STX엔진 부사장은 엔진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세계적 디젤엔진 부품 개발을 지휘해 엔진부문을 반석 위에 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신규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윤제현 ㈜STX 부사장은 최근 유럽의 아커야즈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성엽 STX팬오션 부사장은 국내 벌크선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그는 최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의 중책을 맡았다.

변용희 ㈜STX 부사장은 STX그룹의 국내 사업 지원을 책임진다.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신상호 STX조선 부사장은 그룹의 조선·기계 분야를 대표하는 임원. 올해부터 진해조선소와 부산조선소를 책임지고 있다. 이기연 STX중공업 부사장은 선박용 디젤엔진 전문가다.

이 밖에 중국 다롄(大連) 조선해양 생산기지 사업 지원을 총괄하는 정준표 ㈜STX 전략기획부문장, 최근 아커야즈 신임 이사로 선임된 김서주 STX노르웨이 대표, 해외 주요 거점 법인을 맡는 STX팬오션의 이일연 영국법인장, 배선령 상하이법인장, 최임엽 싱가포르법인장과 ㈜STX의 노광기 영국지사장, 문기웅 두바이법인장 및 서충일 홍보담당 전무 등도 그룹의 ‘글로벌 브레인’으로 꼽힌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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