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이름 선점 경쟁…‘투자’ ‘자주’ 포함 상호 많아

  • 입력 2008년 5월 25일 19시 37분


'현대투자금융' '현대IB금융투자' 'HD투자은행' '현대에셋금융투자'…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올해 초 집중적으로 '현대' 'IB' '투자' 등의 단어가 들어간 '서비스표' 40여 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서비스표란 기업들이 출원한 상호와 브랜드를 포괄한 개념이다. 이미 출원된 서비스표를 다른 기업이 쓰려면 출원 기업과 협의해야 해 사실상 이용이 제한된다.

현대증권 측은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이후 업무 영역을 늘릴 것에 대비한 것"이라며 "최근 현대차 그룹의 신흥증권 인수와 관련해 유사 사명(社名)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미리 출원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상호 등을 출원할 때 미래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다. 따라서 각 기업이 선점해놓은 상호, 브랜드를 보면 이들 기업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금융권 '투자' '지주' 포함된 상호 집중 확보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 사이트에서 주요 대기업 및 4대 시중은행, 금융지주회사 3곳, 증권사 26곳의 서비스표 출원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4대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251건의 서비스표를 출원해 출원 건수가 2005년(90건), 2006년(188건)보다 급증했다. 이는 내년 2월 자통법 시행과 지주회사 전환 등에 대비한 것. 따라서 신청한 이름 중에는 '투자금융' '투자은행(IB)' '지주' 등이 많았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올해 2월에 '신한금융투자' '신한투자금융' '신한투자은행' 등 10개의 상호를 신한금융지주를 통해 출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브랜드 관리를 맡은 김계흥 마케팅부 차장은 "자통법에 대비해 상상할 수 있는 상호들을 미리 출원한 것"이라며 "한 건 당 수십 만 원의 출원비용이 들지만 유사상호 때문에 볼 가능성이 있는 피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굿모닝신한증권은 웹사이트 주소를 바꿀 것에 대비해 50개가 넘는 도메인도 미리 등록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해 '동양금융투자' 뿐 아니라 '동양금융지주' '동양투자금융지주' 등 '지주'가 포함된 상호를 다수 출원했다. 올해 하반기(7~12월)로 예정된 동양생명 상장 이후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미리 상호를 선점한 것이다.

●진출 가능 영역 미리 점찍기도

기업들은 미래에 진출 가능성이 있는 사업영역의 브랜드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의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2005년 '삼성투자은행'이라는 상호를 출원했다. 삼성전자 측은 "향후 삼성그룹이 투자은행(IB) 업무 등 금융업을 확장할 가능성에 대비해 등록해 놓은 것"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등의 유통관련 계열사를 둔 롯데그룹은 영어로 '할인점'을 뜻하는 '아웃렛(outlet)'이 포함된 영문상호 '롯데아웃렛(Lotte Outlet)' '아웃렛 롯데'(Outlet Lotte) '롯데 디스카운트 스토어'(Lotte Discount Store) 등을 출원해 놓았다. 롯데그룹 측은 "올해 말 경남 김해시에 아웃렛의 문을 여는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키움'이라는 상호를 건축, 광고, 통신 등 비(非)금융 사업부문에 다수 출원했다. 키움증권 기획팀의 주인 차장은 "키움증권과 모회사인 다우기술에 소속된 다른 계열사의 역량을 합쳐 부동산, 정보기술(IT), 광고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마련하면서 관련 상호를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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