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왕’은 클릭-베르나 1.5

  • 입력 2008년 5월 18일 15시 55분


차량 모델별 연료비 지출
<표>차량 모델별 연료비 지출
경유차 구입을 고려해온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일부 지역에서 경유값이 휘발유값 보다 비싸졌기 때문.

경유차량은 힘이 좋으면서도 연비가 높아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게 가장 큰 매력. 하지만 경유값 역전으로 "성능만 제외하면 이제부터는 되레 휘발유차가 경제적일 것"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실제 차량의 연비를 감안한 연료비는 차종별로 어떻게 다를까?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비싼 서울의 한 주유소의 연료비 단가(경유 L당 1779원, 휘발유 1748원)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시판중인 모델별 93개 차종의 실제 연료비 지출액을 인터넷과 카탈로그 등에 공개된 차량 성능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동아일보가 시뮬레이션 해 봤다.

자동차 판매량이 적은 일부 업체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동변속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해 대상 차종의 연비는 모두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했다. 다만 현대 자동차 클릭 디젤의 경우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만 생산하고 있어 이 차종만 예외로 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의 클릭 디젤이 연료비가 가장 적게 드는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동변속 차량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1.5 디젤 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유값에도 불구하고 연료비가 가장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클릭 디젤의 연비는 L당 20.1㎞로 L당 1779원인 경유값을 감안할 때 주유 후 300㎞를 주행하는 데 필요한 연료비는 2만655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2만㎞를 주행할 경우 클릭 디젤에 들어가는 연료비는 177만149원.

하지만 수동변속 차량밖에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스틱' 운전에 서투른 상당 수 운전자들에게 이 차량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자동변속 차량 중에서 가장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는 현대차의 베르나 1.5 디젤로, 300㎞ 주행에 필요한 연료비는 3만672원, 2만㎞ 주행에 드는 연료비는 204만4828원인 것으로 계산됐다.

베르나 다음으로 경제적인 차는 기아차의 프라이드 1.5디젤로 300㎞ 주행에 3만1580원, 2만㎞ 주행에는 약 210만5326원의 연료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세 면제, 공영 주차장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아차 모닝과, GM대우 마티즈는 연비가 L당 16.6㎞로 똑같아 300㎞ 주행에 3만1590원, 2만㎞ 주행에 필요한 연료비는 210만6024원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연료비로만 따졌을 때 수동변속 차량인 클릭 디젤을 제외하면 베르나와 프라이드가 경차보다 경제적인 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료비가 가장 비싸게 드는 차량은 현대차의 에쿠스 리무진 4.5로 300㎞ 주행에 휘발유 44.1L를 소모해 연료비 7만8118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2만㎞ 주행을 할 경우 513만1176원을 주유소에 갖다 바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르나 1.5 디젤의 2만㎞ 연료비 204만4828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현대차 NF쏘나타 2.0 가솔린의 경우 300㎞ 주행에 4만5600원, 2만㎞를 달리기 위해서는 304만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한편 싼 연료비로 인기를 끌고 있는 LPG 차량의 경우 연비가 낮아 생각보다 연료비 지출이 많은 편이지만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같은 차종보다는 경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LP가스의 단가를 L당 945원으로 가정했을 때 기아차 카렌스 2.0 LPI 모델은 300㎞ 주행에 3만2965원, 2만㎞를 달리는 데는 219만7675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모델의 경우 30㎞와 2만㎞ 주행시 연료비가 각각 4만1054원과 273만6923원인 것으로 계산됐다.

L당 연비가 6.8㎞인 뉴카니발과 그랜드카니발 LPI 모델은 300㎞ 주행에 4만1691원, 2만㎞는 277만9412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모델의 경유 차량의 연료비는 300㎞와 2만㎞ 주행 시 각각 5만828원과 338만8572원이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새 차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연료비 지출을 미리 계산해 보는 게 좋겠지만 이미 연비가 좋지 않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운전자들도 급가속 급출발을 삼가고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면 '대충 운전하는 한 등급 아래' 차량 수준으로 연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