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시련’에 웃는 日업체들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삼성그룹 특검 수사 결과를 일본의 경쟁업체들은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불구속 기소된 소식을 18일자 1면에 소개했다. 이어 9면에 ‘삼성전자의 성장세에 그림자’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성장전략에 차질이 빚어져 세계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익이 감소하는 등 중대한 기로에 선 최악의 시점에서 새로운 경영전략 마련에 전념하는 대신 공판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2∼3년간 ‘타도 삼성’을 내걸고 뛰어온 일본의 경쟁업체들로서는 삼성의 시련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시각이 엿보인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1990년대 전반 반도체메모리 사업에 집중 투자해 일본 기업들로부터 시장을 빼앗았고, 여기서 얻은 막대한 이익으로 액정패널과 평판TV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일본 기업들을 제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신문은 일본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전을 전했다.

엘피다 메모리는 D램 분야에서 201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대만에 1조6000억 엔(약 16조 원)을 투입해 합작 공장을 4개나 건설하는 등 공격 투자에 나섰다. 도시바는 MP3플레이어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을 추월하기 위해 2월 미국 기업과 약 1조7000억 엔을 투입해 일본에 2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신문은 삼성과 소니, 마쓰시타가 경합 중인 액정TV의 경우 기업이미지가 중요한 유럽 시장에서 이번 사건이 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본 업계의 전망을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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