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살 돈 빌려드립니다”

  • 입력 2008년 4월 14일 02시 59분


우리銀, 개성공단 北근로자 출퇴근용 대출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의 윤석구 부지점장(현 글로벌사업단 부부장)은 북한 근로자들이 대당 100명 이상 탄 ‘콩나물 버스’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다 ‘버스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2만6000여 명인데 버스는 75대에 불과하다. 운행 횟수도 하루 5번이 고작.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 사는 근로자들은 정류장에서 집까지 한참 걸어야 한다.

윤 부부장은 “처음에는 자전거 기증을 생각했지만 그보다 자전거 살 돈을 기업에 빌려주는 게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업에 자전거 살 돈을 빌려주고 매달 절약되는 버스비로 대출금을 갚도록 하면 북한 근로자들은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기업으로부터 버스비로 북한 근로자 1인당 매달 5달러(약 4900원)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현재 의류업체 신원에 자전거 110대를 살 수 있도록 약 1만 달러(약 980만 원)를 빌려주는 거래를 협의 중이다. 우리은행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마진을 남기지 않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계획이다.

신원 관계자는 “공단에서 가까운 곳에 살거나 버스 노선이 없는 곳에 사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자전거를 나눠줄 방침”이라며 “이자가 연 4∼5% 선이라 2년 후면 원리금을 모두 갚을 수 있는데 자전거는 한 번 사면 3, 4년은 타니 금전적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신원 외에도 10여 개 기업에서 총 1000대의 자전거를 구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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