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략기획실’ 개편에 초점 맞출듯

  • 입력 2008년 4월 14일 02시 59분


삼성,경영체제 쇄신 방안 마련 본격착수

핵심조직이었던 전략기획실 기능 축소 등 검토

이건희 회장 ‘은둔 경영’ 탈피 전면 나설 가능성도

‘경영 투명성-합리성 강화’ 파격 방안 나올지 주목

삼성그룹이 14일부터 그룹 경영체제 쇄신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한다.

특히 검토 대상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동안의 ‘은둔 경영’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각종 경영현안을 투자자들 앞에서 직접 설명하는 등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삼성 핵심 관계자는 13일 “이 회장이 11일 특검 조사 후 국민의 기대에 맞춘 경영 쇄신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그동안 삼성에 대해 형성된 각종 편견과 선입견을 근본적으로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쇄신책의 기본 방향은 경영 투명성과 합리성 강화이며 이를 위해 사회각계의 의견도 두루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1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으니 아랫사람한테는 선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도 깊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의 거취가 최우선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2선 후퇴’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삼성 측은 현재 이를 강력히 일축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퇴진하고 과도기적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체제로의 전환도 현재로서는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게 그룹 내부의 대체적 기류다.

논란이 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편 방안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어림잡아 90조 원이 필요한 데다 전환 후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쇄신책은 일차적으로는 삼성그룹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핵심 조직인 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개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이어져 온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체제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안팎에서는 그동안 재무통이 주축이 된 전략기획실이 그룹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많지만 각 계열사나 사회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에 일정 부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며 “그룹을 움직이는 전략기획실의 기능 축소는 물론이고 기능 자체를 새롭게 조정하는 작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갖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평소 이 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新)경영’을 선언했을 때처럼 최소한 ‘제3의 창업’을 선언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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