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지분매각 갈등 고조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최대주주 IPIC “현대重 방해 계속되면 현대측 지분매각 요구”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최대 주주 IPIC와 2대 주주 현대중공업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화학투자회사인 IPIC는 8일 “현대중공업 측이 근거 없는 법적 분쟁을 통해 매각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시정하지 않으면 2003년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현대 측 주주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 “IPIC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옛 현대 계열 주주들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식 매입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IPIC가 주식 매입권리 행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도 신청했다.

IPIC는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지분 70% 중 20∼50%를 처분할 계획을 세우면서 우선매수권이 있는 현대 측 주주들에게 매입 조건을 먼저 제시할 기회를 줬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며 “현대 측이 뒤늦게 주식 매입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은 지분을 싸게 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분쟁은 현대 측 주주들이 지명한 김정래 이사(현대중공업 임원)의 해임 안건과 관련돼 있다”며 “그는 이사로서 충실 의무를 위반해 현대오일뱅크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 측 주주들은 김 이사의 해임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달 27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기각 결정을 내려 김 이사는 31일 현대오일뱅크 주총에서 해임됐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IPIC 측이 내세우는 논리가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대처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해 5월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해 온 IPIC가 지난해 말 GS그룹, 호남석유화학, 코노코필립스, STX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고 하자 우선매수권을 가진 현대중공업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