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교각살우 우려 높다”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 자유주의 지식인모임 ‘하이에크소사이어티’ 심포지엄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최근 삼성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인 강원대 민경국(경제학) 교수는 개회사에서 “삼성 사태에 대한 논의는 ‘삼성 편들기’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나서기를 주저한다”며 “그러나 삼성 사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해 쇠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대 김영용(경제학) 교수는 “삼성 문제는 기업가의 재산권에 대한 위협에서 빚어졌다”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사유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함으로써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경제적, 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상속세율은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 50%로, 상속 재산의 절반을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는 셈”이라며 “이는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국대 김선정(법학) 교수는 “만일 삼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삼성에 떠넘기기 어렵다”며 “미비하거나 과도한 법체계,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왜곡된 통제수단,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기업에 공격적이면서도 기업에 지나치게 기대는 일반인의 모순된 의식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정기화(경제학) 교수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존재하는 한 불법 로비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로비를 근절하기 위해선 이 같은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이한유(경제학) 교수는 “2006년 기준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8%, 수출액은 한국 수출액의 약 21%를 차지했다”면서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큰 삼성이 특검에 지나치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순수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제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는 “해방신학에 깊이 물든 천주교 사제 단체가 고발에 나섰기 때문에 이번 내부 고발이 부정을 바로잡는 수준을 뛰어넘어 정치적 활동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진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지 않고 삼성그룹과 이명박 정권에 되도록 큰 타격을 주도록 정보를 조절하는 행태는 그들의 동기에 대한 회의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복 씨는 삼성그룹에 대해서도 “삼성 같은 범지구적 기업이 법무 책임자 자리에 회사법을 전공한 변호사를 앉히지 않고 전직 검찰 간부를 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모임으로 경제학, 경영학, 법학, 철학을 전공한 교수와 법조인 등 50여 명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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