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동아리 출신, 증권업계 인기 ‘상한가’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경영본관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주식투자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면접시험을 보고 있다.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일찍부터 주식투자, 기업분석 등의 경험을 쌓은 주요 대학 주식투자동아리 출신 신입사원들을 선호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자기소개서에 LG데이콤 인턴십을 했다고 썼는데, 내부에서 본 이 회사의 투자위험 요인은 무엇인가요?”

“원자재 값은 언제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요?”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경영본관에서 열린 한 면접 현장. 대학생 주식투자동아리 ‘리스크’의 면접이지만 선배들이 던지는 질문의 예리함은 증권사 입사 면접시험 못지않았다.

지원자 4명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 좀 마시고 답하겠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지원자도 있었다. 면접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신입회원 15명을 뽑는 이번 면접의 지원자는 60명으로 경쟁률은 4 대 1. 면접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가 없다. 처음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뒤 각자 기업 한 곳을 분석해 회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한다.

○ 자체 펀드 운용… 교육자료 출판하기도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지만 대학 내 주식투자동아리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한양대 ‘스탁워즈’, 서울대 ‘투자연구회’, 연세대 ‘연세투자그룹’ 등이 대표적.

고려대의 ‘리스크’는 회원끼리 팀을 짜 기업 한 곳을 분석해 매주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이 동아리의 김수정(23·여) 씨는 “1시간 발표하려면 기업 재무제표 분석, 신사업 계획조사 등으로 10시간 이상 준비한다”고 말했다. 2004년 이 동아리가 생긴 이후 졸업한 13명 중 11명이 금융권에 취직했다.

서울대 투자연구회가 신입회원 교육용으로 만든 자료는 곧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국내 한 제약사는 이 동아리의 기업분석보고서를 투자자를 위한 투자정보로 자사(自社)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한양대 스탁워즈는 지난해 대신증권이 개최한 투자대회에서 1등 입상자를 배출했다. 스탁워즈는 지난해부터 회원 자금을 모아 자체 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 끈끈한 인맥… 증권가 ‘맨 파워’ 형성

20대 초반부터 기업분석 노하우를 갈고닦은 상위권 대학의 주식투자동아리 회원들은 인재 부족에 허덕이는 증권업계의 영입 대상 1순위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해 신입 펀드매니저를 뽑으면서 각 대학 취업센터뿐 아니라 주식투자동아리에도 지원서를 돌렸다. 최종 합격한 6명 중 5명이 동아리 출신이었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출신으로 지난해 이 회사 펀드매니저로 입사한 강대권(28) 씨는 “대학 선배들과 함께 주식공부를 한 것이 직업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동아리 출신을 뽑으면 신입 펀드매니저 1∼2년 교육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새로 뽑은 펀드매니저 7명 중 2명도 주식투자동아리 출신이다.

한국투자증권 이병철 인사담당 상무는 “동아리 출신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력이 100% 검증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학점과 토익 점수 등 다른 부분이 비슷한 지원자라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주식투자동아리 출신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주식투자동아리 회원들은 증권가로 진출한 뒤에도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리 출신으로 증권업계에 진출한 정모(27) 씨는 “같은 동아리 회원들은 다른 회사에 있어도 기업투자 정보 교류 등이 활발하다”면서 “특히 이직이 잦은 이 업계에서 회사를 옮길 때 서로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