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비중 늘리고 단기자금 운용 유리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수익난 펀드 일부환매… 섣부른 매도는 금물

시장 안정될 때까지 특판예금 등 가입할 만

■ 5대 시중은행 PB들의 ‘증시 폭락기 재테크’ 조언

“(펀드)수익률이 얼마나 떨어졌나요?”, “이제는 펀드를 환매해야 하지 않을까요?”

22일 글로벌 증시의 대폭락과 함께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00 선 아래로 밀려나자 펀드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국내 5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런 투자자들에게 “1분기(1∼3월) 중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본격적 투자 시점을 2분기(4∼6월) 이후로 미루도록 권했다.

○ “손실 난 펀드는 보유, 이익 난 펀드는 환매”

PB들은 대체로 국내외 펀드의 환매 여부에 대해 “수익이 난 펀드라면 일부 환매해 현금화하고, 손실을 입은 펀드는 추이를 지켜보며 환매 시점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며칠 새 증시가 급락하는 바람에 환매 시점을 놓친 만큼 반등할 때를 기다려 환매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PB팀장은 “증시 전문가들이 코스피지수의 저점을 1,700 선으로 봤지만 지지선이 급격히 무너졌다”며 “6개월 정도 투자 자금을 묶어 둘 여유가 있다면 추후에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투자 지역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나왔다.

중국, 브릭스 지역 등의 해외펀드는 최근 손실이 커졌지만 ‘장기 보유 전략’을 견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심기천 외환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 등 기초 여건(펀더멘털)에 큰 이상이 없는 만큼 환매를 자제하며 연말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증시는 향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고, 손실을 줄이려면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매를 적극 고려해 보라는 의견이 많았다.

○ “투자 기간은 짧게, 현금 비중은 높게”

여유자금이 있다면 일단 최대한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3개월 이하의 단기성 자금으로 운용하라고 PB들은 조언했다.

김창수 PB팀장은 “국제적으로 2003년 이후 급등한 자산가격의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금융,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현금을 보유한 채 최대한 투자를 미루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수익률은 단기 금융상품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머니마켓펀드(MMF)의 투자 비중을 높이라는 것.

만기 3개월 이하의 단기 금융상품으로는 일반 정기예금보다 조금 수익이 높은 특정금전신탁,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추천했다.

투자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시중은행이 최근 내놓은 고금리의 ‘특판 정기예금’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시중은행들은 자금 유치를 위해 특판 정기예금의 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최근 ‘대안투자’로 인기를 모으는 골드뱅킹 등 금 관련 투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과 금값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세계 경기침체로 원자재 가격과 함께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였다.

장문성 PB팀장은 “금값은 변동성이 큰 만큼 1년 이상 묵혀둘 수 있는 자금으로만 투자하라”고 말했다.

○ “국내 주식형 펀드, 브릭스펀드는 장기 보유 고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여유자금의 30% 정도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브릭스 등의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응 우리은행 서초센터 PB팀장은 “코스피지수 1,600대에서는 대형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이관석 신한은행 팀장은 “브릭스 지역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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