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리나 졸리의 아기띠 “국내선 안 판다고? 클릭하면 돼!”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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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김수연(31) 씨는 최근 해외 구매 대행 쇼핑몰을 통해 포대기와 비슷한 미국 베이비욘 아기띠를 구입했다.

“사진에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맨 제품을 수소문하다 미국 현지에서만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 대행 쇼핑몰을 통해 주문했어요.”

국내 고객에게 주문을 받아 해외에서 물건을 대신 구입해 배송해 주는 온라인 구매 대행시장의 규모가 연간 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이에 따라 증시에 상장(上場)하는 구매 대행업체도 등장했다. 해외 구매 대행업체가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04년 4곳서 496곳으로 늘어

해외 구매 대행업이 뜨는 것은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고 해외 체류 경험자가 늘면서 구매 대행 사이트를 이용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외국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입품이 상대적으로 싸진 것도 한몫했다.

2004년까지 해외 구매 대행업체는 4개에 불과했지만 2005년 191개, 지난해 343개, 올 10월 말 현재 496개로 늘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국내에 보급되는 시차도 짧아졌다. 육아용품의 경우 현재 미국 아마존닷컴 판매 1위인 브라이텍스 카시트는 이미 국내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진(jean) 브랜드 ‘세븐 포 올 맨카인드’(일명 세븐진)나 ‘트루 릴리전’은 구매 대행 쇼핑몰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후 프리미엄 진 열풍을 몰고 왔다.

골프채 풀세트나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평면 TV와 같은 고가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 국한됐던 구매 대행 대상 국가도 캐나다(비타민·화장품), 프랑스(의류·잡화), 일본(육아용품·소형가전), 이탈리아(명품) 등지로 넓어졌다.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자 KT커머스(엔조이뉴욕), 롯데닷컴(도쿄홀릭), GS이숍(플레인), 디앤샵(포보스) 등 기존 온라인 쇼핑몰들도 잇달아 구매 대행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 ‘상사(商社)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

국내 구매대행시장 업계 1위는 5일 코스닥에 상장한 위즈위드다. 2000년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MBE사업부 사내(社內) 벤처로 시작한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48%.

당시 전략사업본부장이었던 김종수 위즈위드 현 대표이사는 해외 출장이 잦은 상사맨이었다. 기내(機內) 쇼핑 카탈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국내 주소지로는 배송해 주지 않아 불편을 겪은 경험에 착안해 ‘위즈 어드레스’라는 사내 벤처를 만들었다.

국내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미국 내 주소로 배송되게 한 뒤 이를 현지 위즈위드 물류센터에서 재포장해 국내 배송을 지원하는 서비스였다. 서비스 출범 6개월 후 배송만 해 줄 것이 아니라 아예 구매에서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을 고객 대신 하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업모델로 발전시켰다.

클릭 몇 번만으로 ‘물 건너온 제품’을 안방에서 받아보는 서비스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2004년 SK그룹에서 분사한 후 매년 20∼50%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 갔다.

위즈위드 김양필 마케팅팀장은 “코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구매 대행 서비스 모델을 해외로 역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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