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기자의 보험이야기]교보생명 회장의 쓴소리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5일 일간지 보험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강의를 했다.

원래 강의 목적은 보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었지만 강의 도중 신 회장은 보험업계를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보험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중요한 발언 2가지만 꼽아 보자.

“보험은 먼 훗날을 내다봐야 하는 산업인데 너무 단기적으로 외형 성장에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험의 장기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이 말은 최근 보험사들이 팔기 쉬운 변액보험 마케팅에 주력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면 나중에 보험금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증시 상승기에는 변액보험에 쉽게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 실적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보험의 기본 기능인 보장성은 아무래도 순수 보장형 상품에 비해 떨어진다.

신 회장은 산업 측면에서 단기 성과 위주의 판매가 경영상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소비자가 이런 판매 관행 때문에 보험을 투자상품이라고 오해한다면 보험시장 자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보험사들이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이나 해외 보험사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라며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이는 생명보험사 재무 건전성과 관련된 발언이다. 현재 많은 생보사가 증시 상장의 전제조건인 지급여력비율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도입 예정인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 기준을 적용하면 지급여력비율이 현재 수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보험사는 지금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 가입자나 장외 주식 투자자가 생보사 재무건전성을 따질 때 현재의 지급여력비율을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강의 말미에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유행하는 ‘히트상품’ 위주로만 판매하거나 복잡한 회계처리를 통해 재무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포장하는 데 연연하면 언젠가 소비자가 등을 돌릴 것이란 경고로 들렸다.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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