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공익성과 수익성 피할 수 없는 줄타기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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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다양하지만, 누구나 완주 가능한 마라톤.’ 한국전력의 한 직원은 “우리 회사는 입사 때와 정년 퇴임식의 직원이 가장 일치하는 회사일 것”이라며 자신의 일터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취업 준비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공기업으로 한전을 꼽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본보가 취업정보전문업체인 커리어와 함께 대학생 구직자 15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미래의 직장으로 한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정년 보장’이 41.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뛰어난 복리후생 32.1% △높은 연봉 17.5% 등이었다. 한전 측은 “공기업이어서 직업 안정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연봉 복리후생 등 모든 조건이 우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서 전기요금 통제… 연 6% 수익은 보장된 것”

수요 증가율 8년쯤 뒤엔 1%대로… 수익구조 흔들

<1> 평균근속 17.5년…100대기업 중 6위

한전은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높은 회사로 꼽힌다.

최근 한 취업정보업체의 조사 결과 한전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6년 현재 17.5년(남성 18.3년, 여성 12.1년)으로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중 6위로 나타났다.

만 58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에 승진해야 하는 ‘직급 정년제’가 1급(처장)과 2급(부처장)에만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정년 연장 방안을 2009년까지 도입하기로 노동조합과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세부 사안을 협의 중이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06년 공공기관 경영 정보’에 따르면 한전의 평균 임금은 5898만 원으로 297개 공공기관의 평균인 5050만 원보다 많았다. 물론 1위인 산업은행(8758만 원)과 2위인 증권예탁결제원(8036만 원) 등에 비하면 크게 낮다.

기업별 직원 평균 근속연수
순위기업기간(년)
1포스코19.0
2KT18.6
3중소기업은행18.4
4현대중공업18.4
5KT&G18.2
6한국전력공사17.5
7여천NCC17.4
8SC제일은행17.1
9국민은행16.7
10두산인프라코어16.6
2006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대상.
(자료: 잡코리아)

<2>연100여 만원 복지혜택 항목 직원이 선택

한전은 ‘내부 고객’인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복리후생과 자기계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회사에서 전액 지원을 받아 핀란드 헬싱키경제대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이모(33·여) 과장은 “다른 직장에 비해 대학원 진학 등 외부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2000년 공기업 중 최초로 문화, 건강, 교육 등 다양한 부문을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했다”며 “직원별로 연평균 100만 원 정도를 선택적 복지제도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한전 공채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유모(23·여·서울 S대 4년) 씨는 공기업 중에서도 한전을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로 꼽았다. 한전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라는 것.

한전의 출산과 육아 등에 대한 지원은 후한 편이다. 둘째 자녀부터 출산 지원금 50만 원을 주고 자녀가 태어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자녀 1인당 연 70만∼10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한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006년 말 현재 12.6%에 불과하고 여성 간부 비율도 낮은 편이어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과장급 이상 여성은 37명으로 전체 과장의 1.1%, 부장급 이상도 875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임원은 물론 1직급인 처장(128명) 중에는 여성이 아예 없다. 한전의 한 여성 직원은 “과거엔 초급 간부(과장급) 승진시험에 합격해도 몇 개월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할 정도로 여성 차별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과거엔 군대 가산점이 있는 등 남성 사원이 취업에 다소 유리했지만 7월 상반기 공채에선 여성이 전체 합격자(194명)의 25.3%에 이를 만큼 차별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전 내부에서는 예정대로 본사가 2012년 전남 나주시로 이전하면 한전에 대한 입사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전의 한 직원은 “순환 근무가 원칙이지만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자녀의 교육 문제 등을 감안해 그만두겠다는 동료가 있을 정도”라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Q&A / 이런 게 궁금해요

일정 기간 지방 근무 뒤 본사 배치

직급별 평균 연봉
직급평균 연봉
1직급(처장)1억253만1000원
2직급(부처장)9534만6000원
3직급(부장)8773만9000원
4직급(과장)6706만5000원
6직급(사원)4760만2000원
기본급과 성과급,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세전 연봉이며 3직급 이상은 연봉제.

본보는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자들의 궁금증과 이에 대한 한전의 답변을 소개한다.

Q. 신입사원 초봉은?

A. 기본급과 성과급을 포함한 세전(稅前) 금액이 약 3200만 원이다.

Q. 한국전력은 2004년에는 학력 제한을, 2005년에는 연령 제한을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합격자의 성별 학력별 비율은?

A. 올해 상반기(1∼6월) 공채 합격자 중 여성이 25.3%이다. 고졸 출신은 없으며 전문대 졸업자는 1%이다. 나머지는 4년제 대졸자다.

Q. 한국전력 합격자들의 토익(TOEIC) 평균 점수는?

A. 서류전형 통과자들의 평균 점수는 878점이다. 일단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에는 토익 점수가 다음 평가 단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Q. 대학 재학 중에 합격한 뒤 입사를 졸업 이후로 미룰 수 있나?

A. 신입사원 모집 요강에 ‘최종 합격자 결정 이후 즉시 근무가 가능한 자’로 기준이 명시돼 있다. 합격자 중 재학생의 경우, 졸업 때까지 입사를 미루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Q. 입사 경쟁률은?

A.올해 상반기(1∼6월) 공채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56.7 대 1이었다. 7개의 직군 중 특수직인 전산직이 180.3 대 1로 가장 높았다.

Q. 입사 후 근무지는?

A. 신입사원은 원칙적으로 지방 사업소에 배치된다. 일정 기간 뒤 본사의 인력 수급 상황에 따라 본사로 올 수 있다. 지방 근무지 배치 때는 본인의 희망, 연고지, 전공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결정한다. 회사 상황과 직급에 따라 한 사업소에 머무는 기간이 다르며 일반 사원(6급)은 한 사업소에서 최대 11년까지 머물 수 있다.

Q. 입사 후 해외 연수 기회는 많은가?

A. 미국 에너지전문기관에서 배우는 단기 해외관리자 과정, 장기 지역전문가 과정 등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지원할 수 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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