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아파트 수주현장에 왜?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김석준(사진) 쌍용건설 회장이 아파트 시공권 수주 현장에 직접 참가해 지역민을 상대로 시공사로 선정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형 건설사의 회장이 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건설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 넘긴 김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지분이 없는 김 회장이 회사가 팔려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쌍용건설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에서 열린 리모델링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쌍용건설은 미도아파트를 최고의 명품 단지로 만들겠다”며 “추가 부담금 없이 당초 제안한 모든 약속을 반드시 책임지고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 경쟁을 벌였다.

미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추정 공사비가 2000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으로 대림산업, 동부건설 등이 시공권 확보를 위해 쌍용건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쌍용건설 측은 “김 회장이 리모델링 부문을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으며 이번에 수주전에 직접 참가한 것도 그 같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쌍용건설의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 고(故) 김성곤 회장의 2남으로 그룹 해체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겪으면서 회사 지분을 1.41%만 남기고 나머지를 채권단에 넘기는 등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왔다.

한때 ‘지분 없는 오너’로서 조만간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오히려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자임하는 등 외환위기 이후 쓰러진 다른 기업들의 오너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왔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회사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조합이 경영권을 확보하면 김 회장을 그대로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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