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부총리 “지역우선 분양제 보완” 발언에 건교부 반발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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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박모(36) 씨는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로 살다가 2년 전 경기 용인시로 이사를 했다. 지역우선공급제도를 통해 용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였다.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데 매일 3시간씩 걸리지만 ‘곧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있다. 박 씨는 “얼마 전 정부가 지역우선공급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하던데 아파트 분양 기회가 줄어들면 정부과천청사 앞에 가서 시위라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등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일정 물량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지역우선공급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쪽에서 ‘지역주민들에 대한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선 ‘오히려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권오규 경제부총리 ‘보완’ 발언에 건설교통부 난색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기, 인천지역에서 66만 m²(약 20만 평) 이상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청약 물량의 30%를, 민간 택지나 66만 m² 미만의 소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전량을 해당 광역시나 시군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우선공급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권 부총리는 “지역우선공급제도를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운영하면 (다른 지역의) 무주택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고 수도권 거주자의 분산 효과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동천래미안’(2394채)은 분양물량 전체가 용인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공급된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분양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게 문제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담당 부처인 건교부는 “지역우선공급제도를 고칠 계획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지역에 있는 땅에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일부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건교부 당국자는 “지역우선공급제도를 믿고 경기도에 이사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단체도 반발

지역우선공급제도를 수정하려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지자체도 반발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청 김건섭 주택과장은 “지역주민들에게 해당 지역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할애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는 걸 왜 정부에서 손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수원시청 임영진 건축과 계장은 “지자체로서는 오히려 지역우선공급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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