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 낫다고 할 수도…PDP 더 낫다고 할 수도…”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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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디지털TV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의 대결은 치열하다. 같은 국적의 업체들도 상호 비방전을 불사한다.

그러나 이 싸움이 한국 안으로 들어오면 얽히고설키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대표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두 TV를 모두 생산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 ‘PDP 실리론’ 대 ‘LCD 대세론’

지난달 독일의 시장조사기관인 ‘시노베이트’가 PDP TV와 LCD TV의 화질을 비교 시연한 ‘블라인드(정보 가림)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자 디지털TV 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에서 실시된 이 조사에서 PDP TV 화질이 더 좋다는 대답이 69∼88%로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브랜드로 세계 PDP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의 마쓰시타전기가 최근 호주에서 이 조사결과를 광고에 활용했다.

이에 대해 LCD TV만 생산하는 일본의 소니가 발끈해 “PDP TV에 유리하게 진행된 왜곡된 자료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광고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경 없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본 업체들끼리 ‘국적 없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LCD 업체들은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9년이면 LCD TV가 세계 전체 TV 시장의 50%를 넘어설 것”이라며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 中기업도 위협… “선택과 집중을” 시각도

PDP를 만드는 삼성SDI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LCD TV를 보면 아이들의 시력이 얼마나 나빠지는 줄 아느냐”며 LCD TV를 깎아내린다. 그러나 이를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지는 못한다. PDP의 60∼70%를 구입하는 삼성전자가 PDP TV뿐만 아니라 LCD 패널과 TV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LCD TV를 1100만 대, PDP TV를 250만 대 판매할 계획이다.

역시 두 TV 모두 생산하는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반대다. LCD 패널은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LG필립스LCD에서 구입하고 PDP 패널은 LG전자가 직접 생산한다.

삼성과 LG는 모두 “최근의 디지털TV 구조조정기만 잘 견뎌내면 LCD TV와 PDP TV 모두를 끌고 가는 전략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TV 업계에서는 삼성과 LG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TV의 제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중국 기업은 물론 델이나 HP 같은 정보기술(IT) 기업까지 공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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