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교육기업 CDI홀딩스 김영화 사장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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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는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린다. 경영지도자도 이처럼 상황이 어떻든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어학교육 기업 CDI홀딩스의 김영화(55·사진) 사장이 최근 임원 A 씨에게 보낸 ‘경영지도자의 길’이란 e메일 내용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열심히 일했다고 올해는 긴장을 풀고 쉬는 듯한 A 씨를 이렇게 e메일을 통해 질책했다.

CDI홀딩스는 내년 초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어서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다. A 씨를 다그치고 싶었지만 김 사장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김 사장은 평생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장문의 e메일을 썼다. 그것이 그가 터득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었다.

○ 말보다 글이 편해 e메일 선택

A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지만 앙금은 없었다. 사장과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종종 이렇게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꼭 제목도 붙인다. 다른 임원에게는 ‘논리와 열정과 관점’이란 e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논리와 열정은 높이 산다. 하지만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한 관점은 나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전보 인사를 한 임원에게 보낸 e메일이었다. 이 임원은 새 부서로 옮긴 뒤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

CDI홀딩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어학원이라는 작은 영어학원에서 시작한 어학교육 기업이다. 본사 직원만 267명에 지점이 60여 곳, 지난해 매출액은 463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김 사장은 서울대 철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철학도였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잠시 밥벌이로 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학원 강사를 시작했다가 직업이 된 것이다.

그는 경영이라고는 배워 본 일이 없는 백면서생이었다. 말로 사람을 다그치거나 격려하기보다는 글로 대하는 게 더 편했다고 했다. e메일 경영은 그런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경영 수단이 됐다.

○ 학원 강사에서 기업가로

CDI홀딩스는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매년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다. 순이익률도 10%가 넘는다.

이런 성공에는 역설적으로 그의 백면서생 같은 성격이 도움이 됐다.

그는 ‘서울대반’만 도맡아 가르치던 인기 강사라 성적이 나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시험을 봐서 영어 성적이 좋은 학생만 뽑았다. 그랬더니 “반에서 1등을 하는 학생도 청담어학원 시험에 떨어진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초중학생을 위한 고급 영어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그가 개척했다. “학자를 꿈꿨던 사람이 입시 교육처럼 소모적인 사업은 할 수 없다”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입시 부담 없는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청담어학원은 100%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어 교재도 직접 제작한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런 종류의 학원은 없었다. 경쟁자가 거의 없는 ‘블루 오션’을 찾은 셈이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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