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엑소더스… 저축에서 투자로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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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강모(62·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지난해 9월 은행에서 2억 원을 인출해 펀드와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강 씨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예금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거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며 “반면 증시는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참에 펀드와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지나(25·여·서울 송파구 송파동) 씨는 올해 4월 입사하자마자 해외 펀드에 매달 10만 원씩 붓고 있다. 이 씨는 “펀드에 다달이 꾸준히 적립하면 투자 위험을 낮추면서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입사 동기 5명 중 3명은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계 금융자산 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은행에 저축하면 되던 시대에서 ‘돈의 효율적 운용’을 고민하는 투자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 은행 요구불예금에서 10조 원 빠져나가

증권업계는 적립식 펀드 바람이 일기 시작한 2003년에 투자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데 이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올해 ‘투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평가한다.

우선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직간접 투자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식형 펀드(국내+해외) 수탁액은 지난달 27일 현재 60조 원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도 15조 원 가까이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주식형 펀드와 고객예탁금에 유입된 돈만 19조 원에 이른다.

반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등 6개 은행 요구불예금 수탁액은 최근 두 달 반 사이 10조 원이 빠져나가는 등 증권계좌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하는 추세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투자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산물

시중자금이 예금 적금 등 안전 자산에서 펀드와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국민소득 증가 및 저금리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증권 지기호 투자전략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넘어가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산 운용 방법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자금이 ‘저축에서 투자로’ 본격 전환되면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 국면을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한 1978년부터 2만 달러를 달성한 1988년까지 주가(다우존스지수 기준)가 179%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255%나 상승했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8372달러였고 올해 2만 달러 진입이 유력시된다.

인구의 고령화도 투자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저축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이들 연기금이 주가의 급등락을 최소화하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발효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면 투자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강세장에서 단기차익을 노리고 증시에 들어온 투기 자금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진정한 투자의 시대가 왔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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