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은 요즘 12월 달력만…”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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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처의 한 고위 간부는 오랫동안 모시고 일했던 전직 장관을 최근 만났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캠프에 합류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옛 상사의 말을 듣고 “먼저 가셔서 제가 대선 후에 연락하겠다고 전해 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범(汎)여권이 통합을 둘러싼 산통(産痛)을 겪는 등 대선 정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료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적지 않은 공무원은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12월에 누가 될 것 같아?”라며 대선 이야기부터 꺼낸다. 특히 대선주자들이 현 정권의 대표적 실정(失政) 중 하나인 경제 살리기에 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특정 후보에게 ‘러브 콜’을 보내는 경제 관료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관계자는 “일부 부처의 국장이나 팀장급 공무원 중 합류 의사를 전해 온 이들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함께 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특정 현안에 대한 보고서 등 브리핑 자료를 전달하면서 이른바 ‘눈도장’을 찍는 수준이다.

아직 대선후보를 관찰하는 수준에 머무는 관료들도 후보들의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경제 부처의 한 국장은 책상에 쌓인 서류 뭉치를 잠시 물리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제 분야 정책토론회를 TV를 통해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아직 범여권 후보가 나오지 않았지만 유력 후보들의 핵심 공약은 철저히 ‘예습’해 두는 게 12월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범여권 역시 현재는 지지도가 낮지만 후보가 확정되면 우군(友軍)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무원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관가(官街)의 관측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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