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국회비준 진통 불가피

  • 입력 2007년 4월 2일 1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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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2일 숱한 논란과 곡절 끝에 타결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미 협상단이 어렵사리 합의를 도출했지만 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되기 위해서는비준동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 최종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정문안에 대한 세부적인 법률검토 작업 등을 거쳐 9월 정기국회 쯤에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칠레 FTA 협상의 체결에서 비준동의까지 걸린 시간을 따져볼 때 그렇다.

현재 정치권의 각 정당과 정파는 즉각적으로 찬반을 표명하기보다는 협상내용을꼼꼼히 살핀 후 입장을 정한다는 다소 유보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단 235석을 보유한 양대 정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협상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비준안 통과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노당 전원과 열린우리당 일부의 반대 속에서 재적의원 296명 가운데 과반인 149명의 찬성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대세가 찬성 쪽으로 기울어야 하는 것.

양당은 이날 오전 당지도부가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각각 소집해 협상결과를 점검.평가하고 당론을 모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양당 지도부는 FTA 체결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는 점에서 비준동의에 찬성하는 쪽에 설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당 지도부의 스탠스와 달리 내부적으로 정파간, 의원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격론이 오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 누구도 비준동의안 통과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국회 비준동의가 이뤄지게 되는 정기국회는 차기 대선을 불과 3개월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자칫 국익보다는 선거와 관련한 유.불리에 따라 찬반이 갈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우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성입장이 강한 편이지만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입장이 변수다. 이들 의원은 정부가 농어업 분야의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들어 FTA 체결에 반대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비준동의가 이뤄질 경우 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정당 구분없이 최대 80여명에 달하는 농어촌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한나라당보다 사정이 한층 복잡하다. 우리당의 경우 30여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민평련을 이끌고 있는 김근태 전 의장이 단식농성이란 극단적 행동까지 하면서 협상중단을 촉구한 부분이 부담요인이다. 게다가 정동영 전 의장도 "지금까지 협상이 마이너스였다"며 부정적 시각을 피력해 왔다.

민평련 소속 최규성 의원은 "상당수 의원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협상의 실상을 알게 되면 대거 반대표로 돌아서고 국회 표결에서도 비준동의안이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당론을 정하긴 쉽지 않고 결국 자유투표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론채택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민주노동당과 천정배 의원을 필두로 한 민생정치모임 소속의원 18명은 공개적으로 FTA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다 농촌 출신 의원들이 많은 민주당도 졸속협상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비준안 처리전망에 대해 "구체적 협상내용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피해분야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마련됐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언급을 삼갔다.

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당내 분위기로 볼 때 찬반이 반반 정도로 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솔직히 지금 분위기라면 비준안이 어떻게 될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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