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상장 1년…뭍에 오른 잠룡, 호된 성장통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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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潛龍)이 증시에 자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지난해 2월 롯데쇼핑이 증시에 상장(上場)된 직후 한 증권사 간부가 내린 평가다.

롯데그룹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증시에서 딱히 자금을 조달할 일이 없는 그룹이었다. 1970년대 주요 계열사가 상장을 한 것도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롯데의 상장을 촉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 롯데그룹의 최대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이 지난해 스스로 시장에 문호를 개방했다. 롯데쇼핑에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절실하게 돈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롯데쇼핑은 무려 3조6000억 원의 공모 자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이달 9일 롯데쇼핑은 상장 1년을 맞았다.

○ 까르푸는 이랜드에, 월마트는 신세계에 뺏겨

롯데쇼핑은 지난해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그런데 의외로 롯데쇼핑은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유통계의 최강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랜드에 까르푸를 빼앗긴 지난해 4월에는 주가가 엿새 만에 9% 가까이 떨어졌고, 신세계가 월마트를 인수한 5월에는 나흘 만에 11%가량 하락했다.

심지어 8월 처음으로 우리홈쇼핑 인수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뜬금없이 웬 홈쇼핑이냐”라거나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혹평을 받으며 주가가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유통업계의 강자답지 않게 우왕좌왕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현재 주가(9일 종가 35만9000원)는 공모가격(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시가총액도 지난해 급성장한 신세계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 롯데의 확장은 아직 진행형

하지만 롯데의 상장 1년을 무조건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재야’에서 오랫동안 잠룡 생활을 하던 롯데쇼핑이 상장기업으로서 몇 차례 우왕좌왕한 것은 성장통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큼직한 M&A 시장에서는 활개를 못 쳤지만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인도 등에 활발하게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상장 이후 시장과 주주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경영의 일관성을 높이는 등 내실을 다지며 안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며 “해외 진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외형적으로도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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