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뼛조각 협의 결렬…FTA 난항

  • 입력 2007년 2월 9일 17시 48분


미국 쇠고기의 수입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쇠고기 기술협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양측은 추후 다시 협의하기로 했지만 견해차가 워낙 커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이 쇠고기 수입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있다"는 태도여서 11일부터 열리는 한미 FTA 제7차 협상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농림부에 따르면 7~8일 경기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린 한미 쇠고기 기술협의에서 한미 양측은 뼛조각의 안전성과 검역권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뼛조각은 위생이 아닌 품질의 문제인 만큼 한국정부가 검역권을 행사하지 말고 수출,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뼛조각의 광우병 안전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고 주권국으로서 검역권을 행사한다는 원칙도 바꿀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全數)검사를 계속 하되 뼛조각이 발견되면 그 상자만 반송하는 방법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미국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우리는 어떤 뼛조각도 국내에 유통시킬 수 없다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원칙을 고수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뼈 있는 쇠고기의 통관을 요구했다"며 양측의 견해가 상당히 엇갈렸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11~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FTA 7차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당초 한국은 양국이 쇠고기 검역기준에 합의하면 무역구제(반덤핑 개선안 등)와 자동차·의약품 등 핵심 쟁점 간 '주고받기'를 통해 협상을 진척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쇠고기 기술협의가 결렬된 데다 미국이 한국의 무역구제제도 개선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이번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한편 맥스 보커스 의원 등 미국 상원의원 7명은 이날 "한국정부가 쇠고기 수입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경고서한을 이태식 주미대사에 보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이 대사를 만나 쇠고기 수입재개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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