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약발 시장서 매운맛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창립 74주년 기념식장.

이 회사의 연구부서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동아제약 최초의 여성 임원인 유무희 연구소장(상무)을 포함해 연구진 16명이 한꺼번에 회사가 주는 직무발명포상을 탔기 때문이다.

이 팀은 국내에서 처음, 세계에서 네 번째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개발해 세계 30개국에 특허 등록을 한 공로로 이 상을 탔다.

2005년 12월 시장에 선보인 자이데나는 판매 1년 만에 ‘블록버스터 약품’(연매출 100억 원 이상의 약품을 일컫는 말) 반열에 올라서며 ‘토종 돌풍’을 일으켰다.

○ 글로벌 브랜드를 위협하는 토종 약품

8년 연구 끝에 개발한 국산 신약(新藥)인 자이데나는 작년에 11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 한국릴리의 ‘시알리스’,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 등 외국계 제약사가 장악한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것.

제약업계에 따르면 자이데나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13.6%를 차지해 레비트라를 따돌리고 3위로 올라섰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자이데나를 중동에도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 임상실험이 끝나면 3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시장의 20%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개량 신약(오리지널 약품의 화학구조나 제재를 변형시켜 부가가치를 높인 약물) ‘아모디핀’(고혈압 치료제)도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와 맞서 선전(善戰)하고 있다.

2004년 9월 시장에 선보인 아모디핀은 지난해 480억 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한미약품 전체 매출(4220억 원)의 10%가 넘는 금액. 이 약은 2005년 국내에서 개발된 처방 의약품 가운데 처음으로 보험 청구액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광약품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를 내놓고 영국계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독점하고 있는 B형 간염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 차별화 제품 개발력과 영업력이 대박 비결

토종 브랜드의 경쟁력은 강력한 영업력에서 나온다. 비슷한 약효를 가진 약품의 경우 동네 병의원까지 장악한 국내 제약사의 힘에 외국계가 눌릴 수밖에 없다.

자이데나에 밀린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의 경우 이달부터 종근당을 통해 ‘야일라’라는 이름으로도 팔리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활용해 시장을 키우기 위한 ‘이중 브랜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신약 개발 능력도 대박의 비결로 꼽힌다. ‘자이데나’와 ‘레보비르’는 모두 우리 손으로 개발한 국산 신약. 지난해 445억 원어치가 팔린 ‘대박 약품’ 동아제약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도 쑥에서 추출한 물질로 개발한 국산 천연물 신약이다.

하지만 토종 브랜드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외국계 제약사와 비교할 때 신약 개발 능력이 여전히 떨어진다.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은 5∼8% 정도지만 외국 대형 제약사의 경우 15∼20%에 이른다.

게다가 올해 한국화이자, 한국BMS, 한국MSD제약, GSK 등 외국계 제약사가 국내 시장에 항암제 등 신약을 대거 내놓을 예정이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증권 권해순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제약사의 차별화된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비중을 높이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