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에 갇힌 돈, 투자로 안간다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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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대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만 실제투자는 망설이고 있어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대통령선거와 경기 둔화,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자원부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200위권에 드는 기업들이 올해 56조3509억 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기업의 설비투자 계획이 그대로 현실화한다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52조7416억 원(실적)에 비해 6.8% 늘어나지만, 증가율은 지난해(13.0%)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데 그치게 된다.

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 재원의 82.4%를 내부 유보자금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혀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돈은 넘쳐나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길 주저하고 있다”며 “올해 경기 둔화와 원화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이 지난해보다 1.3% 감소한 38조3958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진 디스플레이에 대한 올해 투자 계획은 3조921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2.7%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도체와 섬유는 각각 10조543억 원, 2636억 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져 지난해보다 각각 ―1.1%, ―29.3%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非)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 규모는 정유와 전력 기업을 중심으로 커져 지난해보다 29.6% 늘어난 17조955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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