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콜센터를 통해본 ‘카드생활백서’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원남동 삼성카드 콜 센터. 긴장감이 감돈다.

콜 센터 경력 8년차인 베테랑 상담원 이미향(28·여) 씨가 헤드세트를 머리에 쓴 뒤 모니터를 보며 ‘상담 대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 전화를 받겠다는 신호다.

‘띠∼’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메시지가 떴다. 첫 고객의 전화가 왔다는 신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빼고 꼬박 8시간을 근무하는 이 씨의 하루 중에서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됐다.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전화는 자동으로 연결된다. 한 통화에 3분 이상 걸리면 하루 의무통화 수 130건을 채우기 어렵다. 긴장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 하루평균 불만신고 2600건 달해

이 씨가 오전에 받는 전화의 대부분은 카드 분실신고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분실신고 접수 현황을 보면 많은 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오전 7∼8시에 5만2122건의 분실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7시 이전에 걸려 온 전화는 시간당 5000건에도 못 미쳤다.

출근시간은 대부분 8∼9시. 분실신고가 2만8967건으로 확 줄어든다. 직장에 도착한 뒤인 오전 9∼10시(8만3947건), 10∼11시(8만4371건)에 분실신고가 다시 폭증하는 것을 보면 출근길 지갑을 열어 보고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11시부터는 잠시 숨을 돌린다. 점심시간에는 시간당 전화가 6만 건대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잠시. 이 씨의 오후는 더욱 힘들다. 오전에는 대부분 다급한 분실신고라 한 통화에 3분 이상 걸리는 일이 드물지만 오후 1시부터는 대부분 10분 이상 이어지는 불만전화가 걸려 온다.

삼성카드 콜 센터의 하루 평균 불만전화 건수는 약 2600건. 700명이 1인당 하루 4건 정도를 맡는다. 하지만 길게 통화하다 보면 의무통화량이 걱정된다. 의무통화량을 못 채우면 바로 평가 점수가 깎인다. 그렇다고 전화를 먼저 끊을 수도 없는 일. 이 씨는 속이 탄다.

○ 1월에는 두둑하고, 5월에는 빈 주머니

삼성카드 콜 센터는 송년 모임이 많은 12월과 각종 문의전화가 겹치는 1월에 비상이 걸린다.

12월에는 9만 건이 넘는 분실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월평균 분실신고(약 7만5000건)를 감안하면 20% 정도 많은 것이다.

1월에는 연말정산 서류 보완에 따른 소득공제 문의가 이어지고 연말에 받은 상여금으로 카드대금을 미리 갚겠다는 요청도 크게 늘어나 비상대기가 이어진다.

삼성카드 CRM운영팀 김일훈 과장은 “카드대금을 미리 갚겠다는 전화는 월평균 약 12만5000건인데 매년 1, 3, 6월에는 각각 14만 건이 넘는다”며 “많은 기업이 이때 상여금과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월에는 카드대금을 앞당겨 갚으려는 고객이 많지만 5, 6월에는 돈이 모자라 신용카드를 더 쓰겠다는 전화가 평소보다 10% 이상 증가한다. 결혼철 목돈이 필요한 예비 신랑신부가 많다고 한다.

7, 8월은 카드상품 문의의 계절. 상품 문의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다. 휴가철을 앞두고 수영장, 해외여행, 항공 마일리지 등 카드 혜택을 따져 보는 고객이 많다.

퇴근 1시간 전인 오후 5시. 전화가 뜸해진다. 그러나 이 씨는 불안이 앞선다. 오늘 통화량은 120건. ‘과연 1시간 안에 10건을 더 처리할 수 있을까?’ 이 씨는 키보드 위에서 두 손을 모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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