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이채욱회장“칭찬은 1300명을 춤추게 한다”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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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욱 GE코리아 회장이 자신이 참석하는 모임 등을 찍은 사진들 뒤에서 사진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모임은 44개에 이른다. 홍진환  기자
이채욱 GE코리아 회장이 자신이 참석하는 모임 등을 찍은 사진들 뒤에서 사진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모임은 44개에 이른다. 홍진환 기자
GE코리아 이채욱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GE타워를 찾았을 때 그는 막 주소록 정리 작업을 끝낸 참이었다. 그의 책상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받은 한 통 분량의 명함이 쌓여 있었다.

그의 주소록에는 모두 ‘1300명’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는 걸 감안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꼴로 안부를 챙기는 사이라면 그 숫자의 의미는 다르다. 하루 평균 40통 이상 전화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을 꼽아 봤다고 했다. 비즈니스 관련 모임, 그의 ‘친정’인 삼성 관련 모임, 고향인 경북 상주시 관련 모임, 해외 모임까지 모두 44개나 됐다.

모임이 늘어난 것은 그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이 회장의 저서 ‘백만불짜리 열정’의 추천사에서 “그는 낙천적이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불쾌함을 느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굳이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만나는 사람의 개인사(事)를 기억하고 칭찬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녀에 대한 칭찬은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IGM 협상스쿨’ 동창생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씨에 대해 “엄마보다 키도 크고 예쁘더라”는 말을 건넸다. 그 후 이 회장은 현 회장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본보 기자에게도 “보라색 스카프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런 입담이 내 인기 비결”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런 성격 탓에 이 회장은 아무 이해관계 없이 만나는 ‘계모임’도 적지 않다. ‘보사모’(삼성 출신 임원 가운데 보고 싶은 사람들 모임) ‘이오회’(2만5000원짜리 점심 먹는 동년배 CEO 모임) ‘깍두기’(골프 동호회 모임) 등이다. 이오회 멤버로는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등이 있다.

이 밖에 구학서 부회장과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삼성 입사 동기로 허물없이 지낸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상주 출신 CEO 모임인 ‘상산회’의 선배들이다. 송자 대교 회장과는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CEO 와인&컬처 과정에서 만나 각별하게 지낸다.

그러나 기업 CEO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보다 인기를 잃을 때가 더 많다. 이 회장에게는 삼성GE의료기기 사장 시절인 1989년 103명을 구조조정했을 때가 그랬다.

이 회장이 싱가포르 GE메디컬 사업 부문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에서 GE코리아로 옮길 때 직원들이 열어 준 환송회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줘 고마웠다는 말단 직원에서부터 수술을 마친 자녀의 안부를 챙겨줘 고마웠다는 직원까지 대다수가 그가 떠나는 현장에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사람을 대할 때 진정한 마음을 보여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 회장의 말은 많은 사람이 한 번쯤 새겨 봐야 할 말이 아닌가 싶었다.

이채욱 회장 인맥 지도
삼성 입사 동기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전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 회장이강호 한국 그런포스펌프 사장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 와인&컬처 과정송자 대교 회장
삼목회(CEO포럼 친목 모임)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상산회(상주 출신 CEO 모임)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개인적 친분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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