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 Korea는 진행중…내년에도 10조 넘을 것”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코멘트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됐다고 보면 오산이다. 내년에도 10조 원어치 이상 팔아치우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내년에도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주식 매도)’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외국인 매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지만 한국은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로 철저하게 소외됐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고작 3%대에 그쳤다. 만약 이런 전망처럼 내년에도 외국인 투자 자금이 10조 원 이상 이탈하면 한국 증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 10조∼14조 원어치 더 내다 팔 수도

올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1조7201억 원어치(11월 말 기준)를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했다.

이는 1998년 한국 증시가 외국인투자가에게 완전 개방된 이후 연간 순매도 금액으로는 최대치다.

대다수 국내 증권사는 “내년엔 매도세가 멈춰지고 외국인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분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모건스탠리증권 박찬익 상무는 “아직 외국인 매도는 안 끝났으며 10조 원 넘게 더 팔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현재의 37%에서 내년엔 35%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비중이 2% 줄어든다는 것은 시가총액 700조 원인 국내 시장에서 14조 원어치를 더 내다판다는 의미. 메릴린치증권 이남우 전무도 “셀 코리아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업성장 정체… 정책도 불확실

내년에도 ‘셀 코리아’가 계속될 거라는 근거는 뭘까.

우선 한국 주식은 오를 만큼 올랐으니 다른 싼 투자처를 찾으려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바람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로는 이런 시각이 확산됐다는 얘기다.

박 상무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새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이 쏟아져 나온다”며 “새로운 투자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한국 시장에서 그 돈을 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지지부진한 실적도 외국인 매도의 한 원인이다.

JP모건증권 서영호 전무는 “한국은 더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며 “기업 성장도 정체돼 있고, 정책도 불확실한데 투자를 늘리겠느냐”고 했다.

○ ‘국내 증시에 부담 줄 듯’ vs ‘실적 회복되 면 매도세 수그러들 것’

올해 한국 증시가 도약하지 못한 이유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가 발목을 잡은 탓이 크다.

내년에도 비슷한 매매 패턴이 이어지면 올해처럼 꼬이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석중 부사장은 “적립식 펀드 만기로 대량 환매(중도 인출)가 우려되는 내년에 외국인 매도까지 이어지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상승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내년 지수 1,700 선을 전망한 일부 증권사는 장밋빛 전망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너무 비관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더라도 내년에 연기금 주식투자 규모가 올해 6조 원에서 12조 원까지 늘어나는 등 수급 측면에서 호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실적 악화가 올해 외국인 매도의 주 원인이었다”며 “내년 실적이 회복되면 외국인 매도세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