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협력기금 허위서류” 수사의뢰후 돌연 철회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신청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기금을 지원받은 의혹이 있는 대북지원단체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지난달 말 검찰에 제출했다가 도로 찾아간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통일부와 복수의 대북지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A단체는 지난해 12월 북한에 보내기 위한 손수레 1만2000대를 구입하는 명목으로 손수레 생산업체인 B기업의 통장에 4억7000만 원을 넣고 입금증을 통일부에 제출한 뒤 4억7000만 원을 그대로 인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모금액에 비례해 기금 지원액을 결정하는 매칭펀드 방식에 따라 입금증을 근거로 A단체에 기금 2억4000만 원을 지원했다.

A단체는 모금액을 실제로 B기업에 지불한 것처럼 꾸며 기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단체 핵심 관계자는 “모금액이 부족했는데도 B기업이 ‘자금사정이 어려우니 우선 통일부에서 기금을 받아 대금을 지불해 달라’고 요청해 재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단체 운영비 4억7000만 원을 통장에 넣었다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담당 직원이 자의로 납품 기업의 요청을 받아 이 같은 방법으로 기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나중에 이를 파악해 재정 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기업 관계자는 그 같은 요청을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의혹을 정리한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한 뒤 같은 날 되찾아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선에서 조사해 수사의뢰를 하려고 했는데 부처 내 보고 과정에서 (윗선에서) A단체의 해명을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의뢰 전에 자체조사를 하기로 내부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 내에선 검찰 수사로 남북협력기금 관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국회에서 심사 중인 내년 기금 예산안이 삭감될 것을 우려한 고위층이 수사의뢰 방침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A단체는 올 1월 6억여 원 상당의 손수레 1만2000대를 북한에 보냈으며 B기업에 손수레 대금으로 당초 이 단체가 기부하기로 했다는 3억 원을 제외하고, 남북협력기금 2억4000만 원에 모금액 1억 원가량을 보태 지급했다.

그러나 B기업은 ‘기부를 약속한 바 없다’며 남은 대금 3억여 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A단체는 지난달 15일 B기업 사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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