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AGAIN 2002’ 기대반… 우려반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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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둔촌동 등 강남권 저층 재건축 아파트는 한 달 새 5000만 원 이상 올랐지만 더 오를 것을 예상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주인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

○개포주공 11평형이 5억5000만 원

20일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개포동 주공 1단지 11평형은 지난달 말 4억9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5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같은 단지 15평형도 8억 원대 중반에서 한달 만에 9억∼9억1000만 원으로 뛰었다.

개포주공 7단지(고층) 34평형은 한 달 전 11억5000만 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12억2000만 원까지 올랐다.

특히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고덕주공 1단지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은 후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다.

철거단계인 고덕주공 1단지는 추석 이후 5000만∼6000만 원 올랐다. 13평형이 6억5000만∼7억 원, 15평형이 최고 10억5000만 원까지 올랐는데 매물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도 저가 매물이 빠르게 팔리고 있다. 34평형은 10억∼11억 원에 매물이 나와 한 달 전에 비해 로열층은 8000만 원가량 올랐다. 신천동 장미1차 33평형도 최근 한 달간 1000만 원 정도 뛰어 8억 원 이하 매물을 찾을 수 없다.

○왜 오르나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이나 경기 파주신도시 등의 고분양가와 강북 재개발 붐으로 서울 강북권과 경기권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까지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

이와 함께 경기 판교신도시 당첨자가 발표된 이후 자금력을 갖춘 낙첨자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개포주공 1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최근 4건의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중개했는데 이 가운데 3건이 판교신도시 2차 분양 탈락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서울 강남권 진입에 관심이 있는 잠재 수요자들 사이에 내년에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이미 나올 악재가 다 나왔으므로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전망

그러나 현재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이번 재건축 아파트 오름세는 몇 개월간 단기 급락한 데 따른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정부의 재건축 아파트 규제 정책이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고 예전과 같은 급등세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도 “2002년, 2003년에 나타났던 재건축 아파트의 급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재건축 초기단계에 있는 아파트는 입주까지 5년 이상 걸리므로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입을 재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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