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위기” 론스타, 연일 압박… 엄포…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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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는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사진) 회장이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과 관련해 잇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30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16일까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계약 연기나 내용의 조정, 계약 무산 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과 관련해 어떤 불법의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올해 5월 국민은행과 ‘계약일로부터 120일(9월 16일)이 지나도록 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계약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그는 21일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계약은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은행과 한국 검찰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론스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협상 당사자인 국민은행은 “원론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연기, 조정, 무산 등 세 가지 가능성을 모두 언급한 것을 보면 계약 당사자로서 만료일이 다가오니까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발언이 단순한 엄포용일 뿐 실제로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현실적으로 국민은행을 대체할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금 지급 능력 면에서 한국에 국민은행을 대신할 금융기관이 없을 뿐 아니라 하루 빨리 외환은행을 팔아야 하는 론스타로서는 인수 후보자를 다시 물색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론스타의 압박 발언이 계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 매각협상이 늦어지는 것은 한국 정부 탓이라는 것을 미국계 주주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올해 5월 체결한 본계약의 유효 시한인 다음 달 16일까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한국 검찰은 론스타가 고발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아무런 편견 없이 정도(正道)에 따라 수사하고 있을 뿐 반외국정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켄 회장 말말말

―“한국 내의 적대적인 반(反)외국인투자 정서 때문에 투자에 큰 불확실성이 생겼다. 이는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도 영향을 미쳤다.”(5월 23일 미국 뉴욕 기자회견)

―“우리의 계약은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왜 우리가 거래를 하기 위해 지불할 의무가 없는 세금을 내야 하느냐.”(8월 21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

―“검찰 수사가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8월 30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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