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까지…순한소주 뒤의 ‘독한전쟁’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주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진로 ‘참이슬’의 아성(牙城)에 도전하는 두산 ‘처음처럼’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반격을 노리던 진로는 참이슬 신제품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인 24일 19.8도짜리 신제품 ‘참이슬 후레시’를 내놓았다. 불꽃 튀는 소주 전쟁,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 간의 치열한 기(氣) 싸움도 눈길을 끈다.》

▼“물성분 문제광고 불쾌”▼

“요즘 직원들이 살맛난다고 합니다.”

20도 소주 ‘처음처럼’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산주류BG 한기선(55)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두산타워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국 시장점유율이 매달 0.5%포인트씩 늘면서 연초 5%대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이 지난달 10% 벽을 넘어섰다”며 활짝 웃었다.

작년 3월 한 사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두산 직원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정반대다.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내(社內)에선 “진로가 두산을 쫓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은 한 사장이 칭찬과 격려를 통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게 주효했다는 게 직원들의 귀띔이다.

그는 사장 취임 직후 먼저 판매 목표부터 정했다.

또 직원들을 꾸짖는 방식 대신 ‘두산 주류인상’ 등을 만들어 매달 일 잘하는 직원에게는 상을 줬다.

그는 진로가 ‘처음처럼’의 물 성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광고를 낸 데 대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사장은 “일부 임원을 빼고는 진로 직원 대부분이 내가 데리고 일했던 후배들”이라며 “할 말은 많지만 ‘처음처럼’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24일 진로가 19.8도 소주를 선보인 직후 배포한 공개질의서에서 “비방 광고를 정식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19.8도 소주 돌풍 확신”▼

“‘처음처럼’으로 떠난 소비자들의 발길을 ‘참이슬’로 다시 돌려놓겠습니다.”

하진홍(57) 진로 사장은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19.8도짜리 소주 참이슬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9월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한 후 시장 공략을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소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처럼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진로가 소비자의 취향을 상대적으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 사장은 “2월 20.1도짜리 참이슬 신제품을 선보인 지 불과 반년 만에 새 참이슬 소주를 내놓을 정도로 우리 회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언제든지 대처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또 “처음처럼보다 더 좋은 맛을 찾기 위해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시험했다”며 “신제품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진로는 19.8도 소주를 내놓는 것과 함께 기존의 참이슬(20.1도) 및 진로골드(25도)를 복수 브랜드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처음처럼을 찾는 젊은 소비자 층을 겨냥해 19.8도를 내놓지만 기존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 욕구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하이트와 진로의 통합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고객들 입에서 ‘과연 참이슬이구나’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두산 한기선 사장 진로 하진홍 사장
1951년 8월 20일생년월일1949년 1월 26일
충남 당진출생지경남 진주
서울대 사회학과최종 학력서울대 대학원 농학박사
-대우중공업 입사(1978년)
-진로그룹 재직(1988∼2001년)
-두산주류BG 부사장(2004∼2005년)
-두산주류BG 사장(2005년 3월∼현재)
주요경력-조선맥주 입사(1972년)
-하이트맥주 생산담당 사장
(2003년 11월∼2005년 9월)
-진로 사장(2005년 9월∼현재)
소주 3, 4병주량소주 2병과 맥주 5병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