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머는 기업의 히트 제조기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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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겸용 MP3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대학생 프로슈머 ‘애니아’가 소비자설문 등 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겸용 MP3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대학생 프로슈머 ‘애니아’가 소비자설문 등 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6월 초 국내 최초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을 갖춘 MP3플레이어 판매를 앞둔 LG전자.

회사 측은 타깃이 여대생인 만큼 여대 앞에서 여성 모델에게 제품 그림의 문신을 그리는 프로모션을 계획했다.

프로슈머로 참여한 이화여대 2학년 오하연(21) 씨는 “여대생들은 일반적으로 문신에 거부감이 심하다”며 반대했다. 오 씨는 “여대생이 즐겨보는 ‘잡지’에 광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사 측은 ‘고객 체험 이벤트’를 월드컵의 응원전이 열리는 길거리에서 하려고 했지만 프로슈머들은 영화관처럼 지루하게 기다리는 곳을 제안했다.

프로슈머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인 LG전자는 대박을 터뜨렸다. 6월 말 내놓은 뒤 한 달여 만에 2만여 대를 판매한 것.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 프로슈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 얘기를 들어라

LG전자는 올해 초 DMB 겸용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1998년 국내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내놓았지만 이후 인기 제품이 없었다.

2월 타깃 층인 대학생 10명을 프로슈머로 뽑았다. 다양한 의견을 얻기 위해 대학과 학과는 다 다르게 뽑았다. 업무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데 맞췄다. 매월 소비자와 상인들을 직접 만나 제품의 사용현황, 광고효과를 조사해서 분석하도록 했다.

스스로 각종 시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시작 버튼의 모양을 직접 그려보기도 하고 메뉴 버튼의 질감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LG전자 측은 “색상, 사진을 보며 음악을 듣는 ‘멀티태스킹 기능’, 휴대전화 공용 충전기 등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프로슈머의 영향력

회사 측은 1기 프로슈머(애니아)의 성공에 힘입어 이달 말 2기를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팬택 등도 신제품 개발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있으며 KTFT는 10월에 선보일 신제품을 먼저 체험하고 의견을 내놓을 고객체험단 ‘에버 스타일리스트’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멀티태스킹 지상파 DMB폰 등을 미리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슈머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제품의 성격에 맞추지 못한 프로슈머는 오히려 실패를 부르기도 한다.

LG전자 마케팅부 이규현 과장은 “첨단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제품이 아니면 프로슈머는 전문성이나 특수성보다 대중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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