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공룡은행’…한국씨티銀, 본격 시장 공략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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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가 본격화되던 때, 당시 시중은행 임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고 갔다고 한다.

“우리는 한미은행 노조만 믿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그룹이 한국에 발을 들여놓으면 ‘토종은행’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강성 노조로 꼽혀 온 한미은행 노조가 인수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2004년 11월 한국씨티은행이 정식 출범한 지 이제 1년 8개월. 이 은행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한 뒤 이달 초엔 전산망 통합까지 완료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글로벌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토종은행들은 내심 긴장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 종이호랑이… 옛날 얘기?’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데 쏟아 부었던 자금은 약 3조 원. 씨티그룹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한 규모로는 최고였다.

하지만 미국식 경영방식과 구조조정에 반발한 노조는 한국씨티은행 출범 1주년에 즈음한 작년 10월부터 6개월 동안 태업에 들어갔다.

노조와의 갈등은 쓰라린 결과를 낳았다.

올 1분기(1∼3월)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9.3%나 감소했다. 전국의 지점 수(약 250개)와 직원 수(약 4000명)는 은행 출범 당시와 변한 게 없었다.

작년 4월 통합을 완료한 SC제일은행에 비해 “토착화에 실패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임금 인상 등 노조와의 협상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씨티은행은 특판예금 등 고금리 수신 상품 판매로 기세를 올린 데 이어 이달 18일에는 전산망 통합까지 이뤄 냈다. 현재 5∼6%대인 예금 및 대출부문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씨티그룹 척 프린스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인타운 금융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한국의 반(反)외자 정서가 심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은행권은 긴장 반, 무시 반’

씨티은행이 영업을 위한 조직 재정비를 완료했다고는 하지만 토종은행들은 통합 효과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세계 1위의 금융그룹이라고 해서 처음엔 잔뜩 긴장했는데 지금까지 변변한 ‘선진 금융기법’을 보여 준 게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은행권이 꼽는 씨티은행의 강점은 글로벌 리서치 능력과 브랜드 인지도, 수익증권 판매 등이다. 전산 통합으로 영업력을 발휘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올 만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라이빗뱅킹(PB)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돈이 되는 영업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만약 가계, 기업 대출에 역점을 둔다면 지켜봐야겠지만 아직 한국씨티은행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 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 홍보국장은 “두 은행 간의 문화적 통합이 완성되려면 적어도 1, 2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노사 간 현안이 모두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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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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