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적 혈압 여든까지 갈라…어린이-청소년 고혈압 ‘빨간불’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부모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다 3년 전 귀국한 한모(17) 군은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등을 즐겨 먹다 몸무게가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 지낸 3년 반 동안 키는 8cm 컸지만 몸무게는 20kg 가까이 늘었다. 한 군의 부모는 ‘더 크면 살이 키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한 군의 식습관을 내버려 뒀다.

결국 한 군은 키 170cm에 몸무게가 90kg에 육박하는 비만아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비만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한 군은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 170mmHg,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 107mmHg으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대한고혈압학회 이종국(인제대 의대) 교수팀이 ‘소아-청소년 혈압 표준치’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의 만 7∼20세 소아-청소년 5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소아-청소년들의 혈압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만인 아이들일수록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고혈압 비상=고혈압학회에 따르면 한국의 남자 소아-청소년들은 조사 대상 모든 연령대에서 미국과 일본의 소아-청소년에 비해 수축기 최고 혈압의 기준치가 높았다.

소아-청소년기의 혈압은 성인과 달리 성별 연령별 신장별로 구분해 상위 5%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치가 높다는 것은 한국 소아청소년의 혈압이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 같은 기준치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12∼15세 남자 아이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미국 일본의 소아-청소년에 비해 수축기 고혈압 기준치 차이가 벌어져 평균 키인 15세 남자 아이의 경우 142mmHg으로 미국 기준치인 131mmHg에 비해 11mmHg이나 높게 나타났다.

여자 아이의 수축기 고혈압 기준치도 10, 11, 12, 13, 15세를 제외하고 미국 일본보다 높았다.

반면 남녀 모두 이완기 혈압은 일본보다 높았으나 미국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비만=이러한 결과는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혈압학회의 조사 결과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가 95% 이상인 비만아의 수축기 혈압은 7∼20세 모든 연령대에서 정상 아동에 비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장기인 소아-청소년은 체질량지수가 상위 5%이내이면 비만으로 간주된다. 남자의 경우 비만아의 수축기 혈압은 과체중아에 비해 1∼5.5mmHg, 저체중아에 비해서는 14.5∼25.5mmHg이나 높았다. 여자도 과체중아보다는 1.5∼12mmHg, 저체중아보다는 11.7∼18mmHg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완기 혈압 역시 비만아가 거의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높았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난 고혈압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것.

최근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서일 교수팀이 인천 강화지역의 12개 초등학교 1학년생 257명의 혈압 변화를 1986년부터 20년 동안 추적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세 때 혈압이 가장 높았던 46명 중 약 20%에 이르는 9명이 25세 때도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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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예방하려면=우선 바른 식생활과 활동적인 생활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짜고 매운 음식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패스트푸드 등은 고혈압의 주범이다. 이런 음식은 체내에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을 증가시켜 혈압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 평소 부지런히 움직이는 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의 고혈압은 조기 성인병의 위험을 높이는 만큼 빨리 찾아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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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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