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소환…검찰, 경제 악영향 고려 고심 또 고심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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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에 쏠린 눈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비자금 조성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정 회장은 “국민에게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김재명 기자
정몽구 회장에 쏠린 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비자금 조성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정 회장은 “국민에게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김재명 기자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28년 만에 검찰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은 정 회장을 구속할 수 있는 혐의를 밝혀냈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 공백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 회장 구속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이다.

▽아들이 조사 받았던 방에서 조사 받아=정 회장은 나흘 전 외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조사를 받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10호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최재경(崔在卿) 중수1과장이 직접 맡았고, 정 사장을 조사했던 이동렬(李東烈) 검사도 거들었다.

채동욱(蔡東旭)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은 조사를 잘 받았고, 수사검사와 의사소통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점심 메뉴는 설렁탕이었다. 정 회장의 조사 과정에는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았지만 점심 식사 후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에 변호인 접견이 이뤄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55분 정 회장을 태운 ‘02오4146’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대검 정문을 통과했다. 차에서 내린 정 회장은 청사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10여 m 거리를 느릿느릿하게 걸었다. 양복 윗도리 왼쪽 아랫단이 갑자기 분 바람에 날리자 옷을 여미며 잠시 고개를 들어 계단 위쪽에 늘어선 취재진을 바라봤다.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

정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대검 민원실 복도를 거쳐 중수부 조사실로 곧장 향했다.

▽고심하는 검찰 수뇌부=정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공’은 이제 검찰 수뇌부로 넘겨졌다. 수사팀은 이미 정 회장 구속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사장을 구속해도 충분히 재벌 오너를 처벌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서부터 현대차그룹 경영 공백이 경제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정 총장은 17일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이번 수사를 계기로 기업의 투명성이 증대되고 국제적 기준의 경영문화가 정착돼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검찰의 악연=정 회장은 197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에 연루되면서 검찰과 첫 인연을 맺었다. 정 회장은 서울시 관계자에게 뇌물성 특혜 분양을 한 혐의(뇌물공여)로 서울지검 특수부에 구속 기소됐다. 함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은 형사처벌에서 제외됐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정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될 때까지 75일 동안 구치소에서 생활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정 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죄값을 치렀다는 얘기가 많았다.

정 회장은 2004년 5월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두 번째 시련을 겪었다. 현대차그룹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대선자금 100억 원의 출처 조사를 위해 검찰은 정 회장의 소환을 막판까지 검토했다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정 회장은 입건되지 않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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