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통한 로비’ 조사땐 정관계 확산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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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검찰 수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빨리 진행되는 데다 검찰이 수사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 부자는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부자, 언제 조사받나=8일 정 회장이 귀국한다고 해서 정 회장이 곧바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정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란 예측도 나돌고 있으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대기업 오너가 수사를 받게 되면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소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며 “정 회장 부자의 경우에도 혐의가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에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에 비춰 볼 때 정 회장 부자는 이달 중순 이후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그때까지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과 로비에 정 회장 부자가 개입했는지, 개입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등을 규명하고 증거를 확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 수위=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 회장 부자의 혐의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세 가지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했느냐다. 사실로 밝혀지면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자금 액수는 150억 원 정도. 비자금 규모는 수사가 진전되면서 계속 늘고 있다. 수백억 원, 상황에 따라서는 천억 원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자금 수사의 초점은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지시했는지 밝히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비자금 관련 보고서’와 ‘경영권 승계 로드맵’ 등에 정 회장 부자가 관여한 정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부당내부거래를 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다.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나 다른 회사의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했는지 등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정 회장 부자가 계열사에 이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셋째, 현대차그룹이 각종 사업 청탁과 함께 로비를 했는지, 로비 과정에 정 회장 부자가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증축 인허가 문제나 그룹 지배구조 강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김재록(金在錄·46·구속) 씨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금융당국에 로비를 했는지가 중요한 수사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록 씨 로비 의혹 수사도 본격화될 듯=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김 씨 조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김 씨가 현대차그룹 등 여러 기업의 청탁을 받고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한 사실을 털어놨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씨가 로비 대상자로 정치인이나 전현직 경제관료 가운데 일부를 진술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은 다음 주 현대차그룹 비자금과 경영권 승계 관련 비리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 여부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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