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조성때 해외법인도 활용한 듯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검찰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실제 소유주인 국내 펀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현대차그룹과 공모해 정 사장 소유의 펀드를 증식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4일 체포한 윈앤윈21 등 투자회사 대표 3명과 현대차 직원 1명을 조사한 뒤 5일 오후 11시쯤 귀가시켰다. 검찰은 이들을 다시 불러 펀드 자금 출처 및 펀드 운용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세탁했거나 계열사의 공식 자금을 그룹이 해외에 세운 법인에 투자 명목으로 보내 여러 단계를 거친 뒤 국내 펀드로 유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세운 해외법인이 국내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투자금을 받은 뒤 이를 손실 처리하거나 법인을 청산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해외에서 마련된 비자금을 동남아시아 등의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세탁한 뒤 국내 펀드로 가져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빨리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새로운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현재는 전면 수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며 “불이 붙어 있는 현대차그룹 사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수사기획관은 정몽구(鄭夢九) 그룹회장의 귀국과 관련해 “대기업 사건은 수사를 오래하면 할수록 범죄 혐의가 늘어난다”며 “정 회장이 일정을 마치고 약속한 시점에 귀국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센터 증축 인허가와 관련한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건설교통부 실무자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날 금융브로커 김재록(金在錄·46·구속) 씨가 회장으로 있었던 인베스투스글로벌 신모(47)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