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KT&G 사외이사 ‘입성’…주총서 1명 확보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6분


방패와 창 17일 대전 대덕구 평촌동 KT&G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곽영균 사장(왼쪽)은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의 보고를 받았다. 반면 아이칸 측의 엄준호 스틸파트너스 한국대표는 투표가 끝난 뒤 결과에 만족한 듯 활짝 웃어 대조를 보였다. 대전=강병기 기자
방패와 창 17일 대전 대덕구 평촌동 KT&G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곽영균 사장(왼쪽)은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의 보고를 받았다. 반면 아이칸 측의 엄준호 스틸파트너스 한국대표는 투표가 끝난 뒤 결과에 만족한 듯 활짝 웃어 대조를 보였다. 대전=강병기 기자
미국계 4개 헤지펀드로 구성된 ‘칼 아이칸 연합군’이 KT&G 이사진 입성(入城)에 성공했다. KT&G로서는 ‘적과의 동침’이 시작된 셈이다.

17일 대전 대덕구 평촌동 KT&G 본사 인력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아이칸 측 후보인 스틸파트너스의 워런 리히텐슈타인 대표와 KT&G 측이 지지한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이 일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국내 기업에서 기존 경영진과 적대 관계에 있는 외국인 주주가 사외이사로 선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칸 측의 경영 간섭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 박빙의 승부 펼쳐진 주총 현장

이날 투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집중투표제로 이루어졌다.

2명의 일반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5명의 후보 중 3명을 추천한 아이칸 측은 리히텐슈타인 대표에게 몰표를 행사해 그가 39.57%로 1위를 차지했다. KT&G가 추천한 두 명 가운데는 안 사장이 2위인 34.88%로 새 이사진에 합류했다.

전체 득표율은 KT&G 측이 52.1%, 아이칸 측이 47.9%로 KT&G가 불과 4.2%포인트 높았다. 아이칸 측의 득표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 아슬아슬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일반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사외이사에는 KT&G 측이 추천한 4명이 모두 뽑혔다.

오전 10시 9분 시작된 주총은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당 앞에선 KT&G 노조원들이 ‘×’ 표시를 한 마스크를 쓰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은 즉시 떠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줬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취재에 나선 국내외 언론사 기자만도 100명이 넘었다.

○ 경영 간섭 피할 수 없을 듯

KT&G 이사진 12명(사내 등기이사 3명+사외이사 9명)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아이칸 측의 이사진 입성 파장은 적지 않다.

아이칸 측이 사외이사 1명으로 당장 KT&G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

KT&G의 의사결정은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1명으론 역부족이다.

하지만 아이칸 측은 사외이사를 통해 KT&G의 핵심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제까지 요구해 왔던 유휴 부동산 매각, 인삼공사 기업공개, 자사주(自社株) 매각 금지 등을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경영 간섭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둘씩 더 늘려가면서 경영권 탈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KT&G는 내년에도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곽영균 사장의 임기도 내년에 끝난다.

일각에선 아이칸 측의 사외이사 입성을 적진 깊숙이 우군을 심어놓은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한다.

새로 사외이사가 된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앞으로 모든 사외이사를 집중투표제로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압박을 시작했다.

물론 아이칸 연합은 전형적인 헤지펀드인 만큼 적당한 때 차익을 실현하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아이칸 측 엄준호 스틸파트너스 한국대표는 “스틸파트너스는 단기이익을 노리지 않으며 보통 3∼5년 정도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전=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새 사외이사 리히텐슈타인은…KT&G 공격 주도적 역할▼

‘아이칸 연합군’의 추천으로 KT&G 사외이사로 선임된 스틸파트너스의 워런 지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올해 41세로 미국에서 칼 아이칸 씨의 뒤를 잇는 ‘기업 사냥꾼’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번 KT&G 공략에서도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방위업체 젠코프 등을 공격하면서 이름을 날렸고 일본에서도 유시로 화학과 소토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아이칸 씨와는 올해 1월 KT&G 공략을 위해 뭉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아이칸 씨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스틸파트너스는 1993년 설립된 헤지펀드. 자산이 17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로 60% 이상을 일본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첨단 군사장비 제조업체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대전=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