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대기업 인사 ‘4자 한자’로 풀어보면…

  • 입력 2006년 1월 2일 03시 00분



《주요 그룹은 지난해 말 잇따라 2006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실적과 내실을 중시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장수’들을 퇴출시켰다. 형식을 깨뜨린 인사도 눈에 띄었다. 이번 재계 임원 인사의 특징은 실(實) 참(斬) 파(破) 정(靜)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삼성 SK 등 일부 그룹의 임원 인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이런 흐름은 대체로 비슷할 전망이다. 올해 주요 대기업의 인사 특징을 중간 결산한다.》

○ 실(實)=실적 좋아 승진잔치

실적(實績)을 중시하고 내실(內實)을 기한 인사가 많았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연구개발(R&D) 및 해외부문의 부장급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실을 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경기가 호황 국면을 보임에 따라 임원 승진 규모가 지난해의 2배 정도인 67명이나 됐다. 특히 신규 임원이 지난해 1명에서 올해 2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5명이 ‘승진 잔치’를 벌였다. 올해가 창립 60주년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점이 고려됐다.

지난해 공식 출범해 연착륙에 성공한 GS그룹도 30명의 승진 인사로 분위기를 살렸다.

○ 참(斬)=읍참마속 심정으로

제갈공명이 눈물을 머금고 아끼는 장수 마속의 목을 벴다는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에 빗댈 수 있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LG그룹은 LG화학의 노기호(총괄) 유철호(화성사업본부) 여종기(최고기술경영자) 사장을 모두 고문으로 위촉해 2선으로 후퇴시켰다. 그룹 양대 축의 하나인 LG전자도 임원 승진이 지난해(60명)의 절반 가까운 35명에 그쳤다. LG그룹의 올해 인사는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셈.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김익환 기아차 사장을 11개월 만에 퇴진시켰다. 이에 앞서 9월에는 정 회장의 1세대 가신(家臣)으로 분류됐던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 파(破)=파격 깜짝 스카우트

파격(破格)이었다. 동부그룹은 ㈜동부 대표이사 사장에 조영철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동부건설 부회장에 임동일 전 삼성항공 대표이사 사장, 동부아남반도체 대표이사 사장에 오영환 전 삼성전자 부사장, 동부정보기술 대표이사 사장에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 출신 4명을 잇따라 영입했다.

동부그룹 주력 10개 계열사의 삼성 출신 부회장 및 사장은 무려 6명.

LG그룹은 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컨설턴트 출신인 안세진 씨를 사상 최연소(36세) 임원(상무)으로 영입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맏딸인 조현아(32) 기내판매팀장을 차장에서 상무보로 전격 발탁했다.

○ 정(靜)=조용히 현상유지

현대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없었다.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현 경영진에 대한 신임 때문”이라는 게 현대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형제의 난’을 겪은 두산도 조용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가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첫 임원 인사를 했을 뿐이다.

1월 중순 인사를 하는 삼성그룹은 승진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2004년만 못한 데다 승진 잔치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