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내년 경기, 쑥쑥” vs 스티브 마빈 “무슨 소리, 휘청”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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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가 고소득층에서 중간계층으로 파급되기 시작하고 있어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내년에는 실질소득도 증가할 것이다.”(재정경제부)

“실질소득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가계부채 상환부담도 커져 내년 한국 경제는 위축이 불가피하다.”(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사진)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전망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데 비해 일부 해외 투자가는 몹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

재경부는 11일 ‘최근 가계 소득 및 소비지출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눴을 때 최상위인 5분위와 하위 1, 2분위는 올해 3분기(7∼9월) 중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지만 중간계층으로 분류되는 3분위는 1.1%, 4분위는 0.1% 늘어 중간계층의 소득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2분기(4∼6월)에 작년 동기 대비 2.8% 늘었던 민간소비가 3분기에 4.0% 증가한 점, 지난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했던 임금이 올해 1∼8월에 7.0% 오른 점 등을 긍정적 신호로 평가했다.

재경부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앞선 부문의 경제성과가 뒤처진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적하(滴河·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내년에는 실질소득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는 이날 펴낸 ‘부의 결점(wealth defect)’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책 당국자 등이 내년 한국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마빈 전무는 우선 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 위축,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의 임금 하락 압력 등 가계의 주 수입원인 임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세금 연금 등의 부담이 커졌고 가계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올라 내년에 가계 소비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에 대해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경기 회복의 조짐이 있지만 확신을 가질 만한 수준은 아닌 만큼 정부는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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