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정가 부풀려 970억 부정대출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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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부동산의 감정가를 부풀려 금융기관에서 150회에 걸쳐 970여억 원을 부정 대출하는 데 가담한 대출 전문 브로커와 은행 지점장, 감정평가사 등 3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 정상환·鄭祥煥)는 부정 대출 등의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20일 대구지역 모 시중은행 지점장 이모(55) 씨, 감정평가사 이모(42) 씨, 부동산 중개업자 원모(48) 씨 등 18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대구지역 모 시중은행 지점장 한모(50) 씨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대출 브로커 이모(57) 씨 등 6명을 수배했다.

적발된 금융비리사범은 전현직 은행 지점장 등 은행 직원 13명, 대출 브로커 10명, 감정평가사와 직원 등 3명, 부동산 중개업자 2명, 부동산 명의대여자와 대출자 9명 등이다.

지점장 이 씨는 2002년 7월경 모 은행 대구 범어동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중 브로커에 의해 감정가가 47억5000여만 원으로 부풀려졌으나 시가 20억 원에 불과한 건물을 담보로 잡고 32억5000만 원을 대출해 주는 대가로 건물주 서모 씨에게서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금괴(1kg) 등 3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다.

또 대출 브로커 서모(46) 씨 등은 2001년부터 2004년 6월까지 부정 대출의 대가로 600만 원에서 4억 원의 사례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적발된 대출 브로커들은 신용불량자 등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제의해 부동산 소유권을 명의대여자 앞으로 이전한 뒤 감정평가사를 동원해 감정가를 부풀려 거액을 대출받은 뒤 사례비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브로커들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의 6개 금융기관에서 150회에 걸쳐 970여억 원을 부정 대출한 혐의를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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