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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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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한 달 만에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락하고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용인시 등도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각종 개발로 들썩이던 토지 가격도 떨어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하지만 전세금은 오르고 부동산 거래는 지나치리만큼 위축되고 있다. 부동자금이 금융시장으로 이동해 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폭락…거래시장은 소강상태
건설교통부와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8·31 대책 이후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0.3∼0.4%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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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가장 많이 올랐던 6월에 비해 20% 가까이 떨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 1단지 17평형은 6월 10억6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8억2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34평형도 한때 10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8억5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반사 이익이 기대됐던 서울 강북지역도 호가가 소폭 오른 곳은 있지만 거래는 끊긴 상태다.
노원구 상계동 ‘4호선 공인중개사’ 정운갑(鄭運鉀·67) 사장은 “상계동이 3차 뉴타운 후보지로 결정되면서 일부 아파트의 호가가 500만 원 정도 올랐지만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분당신도시, 안양시 평촌신도시, 용인시 일대도 마찬가지. 호가가 1억 원 가까이 떨어진 곳도 많지만 매물만 쌓이고 있다.
○강남-신도시 전세금 폭등
전세금은 강남지역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건교부와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서울은 0.5∼1.1%, 분당 및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 5개 신도시는 1.9∼2.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분당신도시 등 신규 입주 물량이 거의 없는 인기 주거지역에서는 전세금이 1억 원 이상 폭등한 곳도 있다.
8·31 대책 이후 내 집 마련 대신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임대를 거둬들여 집을 팔려고 하기 때문.
앞으로 늘어날 보유세 부담을 전세금에 떠넘기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받는 ‘부분 전월세’가 등장했다.
○주택보다 찬바람 부는 토지 시장
토지 시장은 재건축 아파트 이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8·31 대책 전까지만 해도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 호재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다.
토지 투자 컨설팅업체 JMK플래닝 이미애(李美愛) 기획실장은 “각종 규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면서 경기 북부지역과 수도권에 인접한 강원지역의 땅값이 10% 이상 떨어졌다”며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있어 값을 조정하면 팔 수 있지만 토지 시장은 실수요자가 적어 충격이 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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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 수탁액 급증
490조 원으로 추정되는 단기 부동자금 일부가 금융 시장으로 움직이는 기미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이 최근 3000억 원 한도로 판매한 연 4.5% 정기예금은 사흘 만에 매진됐고,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 이상인 하나은행 특판예금도 판매 4일 만에 1조 원을 넘는 성황을 이뤘다.
간접투자를 위해 개인이 투신사에 맡겨 놓은 주식형 펀드 수탁액도 이달 들어 22일까지 1조3558억 원 증가했다.
종합주가지수가 1,200 선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 가는 추세도 뚜렷하다.
이금철(李金喆) 신한은행 강남PB센터장은 “주식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며 “투자 타이밍을 잡기 위해 시장이 조정 받기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주택담보대출은 5405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달 같은 기간의 8223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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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23명의 시장전망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는 갈수록 세지고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진다.’
본보가 28일 부동산 전문가 23명을 대상으로 ‘8·31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집값은 1년 이상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자 23명 가운데 13명이 2006년 말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자도 8명이나 됐다.
집값 하락폭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15명)가 ‘5∼10%’를 꼽았고, ‘10∼15%’라는 응답자도 5명이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張成洙) 정책연구실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많이 하락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집값 하락폭은 강남보다 강북과 수도권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8·31 대책 가운데 양도세, 보유세 강화 등 세 부담 정책이 가장 위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별 파급 효과에 대해 순위를 매긴 결과 13명이 ‘양도세 강화’를 가장 영향이 큰 정책으로 지적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내년부터 6억 원 초과 주택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가구별 합산으로 바뀌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자 가운데 11명은 8·31 대책의 완화 필요성을 지적했고, 7명은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토연구원 손경환(孫炅煥) 토지주택연구실장은 “일률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면 노인 가구나 무소득 가구까지 피해를 본다”며 “대상을 세분화해 세금 적용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金龍順) 수석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후퇴하거나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시장에 퍼져 있다”며 “입법 과정에서 정책이 지연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후속조치 어떻게 되고 있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 8·31대책의 핵심 내용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14개 관련 법안(2개 제정, 12개 개정)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부동산 값 안정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각론에서 이견을 보여 입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종부세 과세 범위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정부 안대로 과세 기준을 기준시가 6억 원(주택 기준)으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9억 원을 고수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은 취득·등록세를 1%포인트 내리자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취득세와 등록세를 각각 1%포인트 내린 뒤 장기적으로 폐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중반부터 여야 협상이 시작돼 정기국회 막바지에야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8·31 대책의 또 다른 핵심인 서울 송파구 거여신도시를 둘러싼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국방부가 거여신도시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으며 도시기본계획 수립 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조만간 이 지역에 대한 자체 개발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도시 건설에 대한 조율 과정이 늦어지면서 2008년 주택 분양이라는 목표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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